'6·25는 남침' 북고위급 천 증언자 강상호옹 사망

  • 입력 2000년 12월 17일 18시 23분


북한의 고위 인사로는 처음으로 6·25전쟁이 북한에 의한 남침이라는 사실을 증언했던 전 북한 내무성 부상(차관) 강상호옹(91)이 12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사망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재(在)러시아 북한 망명 인사들로 구성된 ‘구국전선’과 강옹의 유족은 그가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으며 15일 장례를 치렀다고 17일 밝혔다.

강옹은 92년 미국 스탠퍼드대학의 국제안보 및 군축문제센터가 발행한 ‘믿을 수 없는 동반자들(Uncertain Partners)―스탈린, 마오쩌둥(毛澤東)과 한국전쟁’에서 6·25전쟁 전후의 북한 사정을 증언하며 이 전쟁이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됐다고 밝혔다.

개전 당시 조선노동당 강원도당 부위원장이었던 강옹은 “전쟁 발발 직후 강원도 전선을 시찰하던 중 남한군의 진지에 사용되지 않은 포탄들이 무더기로 쌓여있는 것을 보고 북침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러시아에서 태어나 하바로프스크공산대학을 졸업한 소련군 상위 출신의 강옹은 해방 후 북한정권 수립에 참여해 당중앙학교장, 내무성 부상 겸 정치국장, 군사정전위원회 북한측 수석위원을 지냈다. 그러나 59년 말 소련파의 숙청을 피해 소련으로 망명한 뒤 김일성체제에 반대하는 활동을 해 왔다.

강옹은 6·25전쟁 참전 공로로 북한정권으로부터 받았던 훈장을 “민족상잔을 일으킨 남침전쟁에 참전한 것이 부끄럽다”며 92년 북한에 돌려보내기도 했다. 유족은 부인 김나제르다씨와 1남 3녀.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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