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인물]미영주권 포기하고 군자원입대한 이창훈 이병

  • 입력 2000년 12월 7일 18시 47분


길만 있다면 군대에 보내지 않고, 가지 않으려는 게 요즘 일부 계층의 세태다. 충북의 육군 ○○사단 화목부대 이창훈(李彰勳·22)이병은 그런 점에서 분명히 ‘이단자’다.

하루 일과를 끝내고 취침할 때면 “그래 오길 잘 했어. 떳떳하잖아”라고 혼잣말로 되뇌곤 하는 이이병. 그도 한때 군입대 여부를 놓고 고민한 적이 있었다.

96년 초 서울에서 고교를 졸업한 이이병은 운송업을 하는 아버지를 따라 미국 버지니아주로 이민해 메릴랜드대 경영학과에 다녔다. 부모가 투자 이민을 갔기 때문에 곧바로 영주권도 취득했다.

그러나 고국이 그리워 다음해 봄 귀국해 해외 영주권자들을 대상으로 치르는 특례 입학 시험을 통해 홍익대 건설도시공학과에 입학했다. 군입대 문제가 다가왔다.

‘군대에 갈까, 가지 말까.’ 그는 당시 35세까지 영주권을 유지하면 그 힘들다는 군대에 가지 않아도 된다는 주위의 말에 솔깃했다. 미국 영주권자라도 외국인 회사 등에 취업할 수 있고 군대에 가지 않을 경우 2년 이상이나 일찍 사회에 진출할 수도 있기 때문.

하지만 그는 지난해 2월 “군복을 입고 땀 한번 흘려보자”며 미국 대사관을 찾아가 영주권을 포기한 뒤 곧바로 병무청에 입영지원서를 냈다.

어머니(49)는 “왜 편한 쪽을 택하지 않고…”라며 걱정했다.

“얼마 전 휴가를 나가서 ‘왜 굳이 힘든 군대에 자원하려 하니’라며 당시 군입대를 만류했던 주변 사람들을 만났어요. 모두들 ‘건강해졌구나’라며 좋아했어요. 특히 어머니는 더욱 대견스러워 하셨구요.”

고려대 경제학과 졸업반으로 삼성전자 입사를 기다리고 있는 이이병의 형 지훈(知勳·26)씨도 97년 12월 영주권을 포기한 뒤 공군에 입대해 군복무를 마쳤다.

<괴산〓지명훈기자>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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