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시청 유화종-박시규씨, 도로복구중 산사태로 숨져

  • 입력 2000년 8월 27일 19시 03분


“위험하다. 피해!”

폭우가 쏟아지던 26일 오후 8시40분경 전북 군산시 나운동 금호아파트 뒤 산비탈의 왕복 2차로 50여m구간. 산사태로 도로를 뒤덮은 토사를 치우던 20여명의 군산시청 공무원들은 또다시 엄청난 양의 토사가 무너져내리자 황급히 몸을 피했다.

그러나 유화종(劉華鍾·48·건설과 도로관리계장)씨와 박시규(朴始奎·46·공원녹지과 산림보호원)씨 등 7명은 삽시간에 흙더미에 깔렸다.

타고 있던 트럭과 함께 토사에 3m 정도 휩쓸려간 김동희씨(50·회계과)가 허리 골절상을 입는 등 5명이 중경상을 당해 119구조대와 동료들에 의해 긴급 구조됐으나 유씨와 박씨는 3시간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 공무원은 금호아파트 뒷산이 무너져 도로를 덮쳤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해 복구작업을 벌이던 중이었다. 이날 군산지역에 내린 비는 이 지역 기상관측 사상 하루 최대 강우량인 310㎜.

동료들은 올 봄 불법 포장마차 주인들을 수개월간 설득해 자진 철거시킬 정도로 책임감이 강했던 유씨와 산불방지와 산림병해충 방제 분야에서 20년간 일해온 박씨의 죽음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빈소가 마련된 군산의료원 영안실에서는 27일 유씨의 두 딸 유경(5) 유진양(2)이 아빠가 숨진 사실도 모른 채 뛰어다니고 있었고 부인 박영숙씨(44)는 “이 어린것들을 혼자서 어떻게 키우란 말이냐”고 울부짖다가 실신하기도 했다.

장례식은 28일 오후 3시 군산시청장으로 치러진다.

<군산〓김광오기자>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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