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제2의 한석규' 김명민, 이중적 이미지 돋보여

  • 입력 2000년 8월 20일 18시 38분


그를 기억하는 팬은 두 갈래다.

MBC 월화드라마 ‘뜨거운 것이 좋아’를 빠짐없이 보는 사람들은 그를 ‘나쁜 놈’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을 어쩌다 한번 스쳐가며 본 사람들은 “인상이 참 좋더라”고 말한다.

극중에서 출세를 위해 수단 방법을 안가리는 최진상역의 탤런트 김명민(28)의 악역 연기는 그만큼 이율배반적이다. 그의 눈빛은 빚을 갚기 위해 회사의 정보를 경쟁사에 팔고는 이를 고향친구 강만호(유오성 분)에게 뒤집어 씌울 때는 비열하기 그지없지만 자신을 짝사랑하는 이연옥(박선영 분)에게 손수 볶음밥을 만들어주는 모습은 한없이 따뜻하다.

“원래는 철저하게 비열한 인물로 설정됐는데 작가선생님이 자꾸 양면성을 지닌 인물로 몰고가서 헷갈릴 때가 한두번이 아닙니다. 만호 앞에서 한없이 사악하다가도 연옥 앞에서는 자상해지고…. 하지만 실제 그런 악당이 보다 실감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합니다.”

사실 이런 야뉴스적 현상은 김만원PD가 KBS ‘성난 얼굴로 돌아봐’에서 검사역을 맡은 그를 발탁할 때부터 예정됐는지도 모른다.

“배역이 떨어지기까지 보름 동안 김감독님이 매일 저를 불러 앉혀놓고 관찰하시더라구요. 사실 처음엔 착한 주인공역을 맡긴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에 제딴엔 계속 선한 웃음만 짓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계속 갸우뚱하던 감독님이 저보고 “네놈 눈빛을 보니 욕심이 덕지덕지 붙은 게 속은 진짜 나쁜 놈이 틀림없다”면서 악역을 맡기더라구요.”

96년 SBS 공채 6기로 출발, 뒤늦게 빛을 본 그는 사실 선한 이미지와 비열한 모습을 한꺼번에 지녔다는 점에서 한석규를 많이 닮았다. 도회적 풍모에 정확한 발성을 지닌 점도 그렇지만 한석규가 ‘아들과 딸’에서 검사역을 맡은 뒤 ‘서울의 달’에서 제비족 악역으로 떴다는 점에서 인기가도를 달리는 과정도 비슷하다.

그는 “발음이 정확한 것은 초등학교 때부터 성가대를 다니며 발성연습을 해온 한 덕택일 뿐이고 주말드라마와 월화드라마 주연을 비교할 수는 없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지만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KBS의 새 주말드라마 ‘태양은 가득히’의 주연 자리를 꿰찬 것을 보면 그 모든 것을 우연으로 돌릴 수만은 없을 듯하다.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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