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대란]재미교포 의사 박종수씨 "진료거부가 웬말…"

  • 입력 2000년 8월 15일 19시 18분


“혹시 몸이 아픈데 의사를 만날 수 없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 전화나 E메일을 보내주시면 최선을 다해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15일 오전 동아일보 편집국에는 한 통의 영문편지가 팩시밀리를 통해 날아들었다. 발신자는 미국 워싱턴대의대 신경외과 박종수(朴鍾秀·35·사진)교수. 2주째 의료대란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한국 환자를 위해 무료 진료상담을 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지금 당장 달려가 돕고 싶지만 갈 수 없는 형편이어서 안타깝습니다. 고통받고 있을 고국 환자를 위해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 이렇게 글을 띄웁니다.”

인터넷 신문 등을 통해 의사들의 집단폐업 사태를 접했다는 박교수는 “수십년동안 썩고 썩은 상처가 곪아터진 것”이라고 나름대로 진단했다.

“올바른 정책을 수행하지 못한 정부에도 분명 문제가 있지만 잘못된 의료현실을 바로 잡지 않고 일신(一身)의 안녕에만 매달려온 선배 의사들 때문에 젊은 의사들이 피해를 보는 것 같습니다.” 박교수는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환자를 외면하는 순간 의사는 의사가 아니다”고 못박았다. 미국에서는 진심으로 의사를 할 생각이 없어 의사면허증을 반납하기 전까지는 아픈 사람이 찾아왔는데 진료를 거부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

“불가피한 사정이 생겨 치료를 못할 때도 환자에게 ‘어느 병원 어느 의사가 잘 본다’고 설명하고 직접 그 의사에게 전화를 걸어 사정을 말한 뒤 대신 치료해주겠다는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법적 소송에 휘말려 엄청난 금전적 손해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박교수가 전화 상담이 가능한 진료분야는 척추신경질환 뇌출혈 뇌종양 뇌졸중 뇌경색 간질 등 신경외과 관련 모든 질환.

한국 시간으로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국제전화상담을 해준다. 통화가 안될 경우 전화번호를 남기면 박교수가 전화를 걸어 대답해줄 계획이다. 19일까지는 국제전화 1―310―473―4075, 이후에는 국제전화 1―425―745―2887로 연락하고 영어가 가능한 사람은 국제전화 1―206―543―3572로 하면 된다.

E메일로도 상담이 가능하다. jonpark9@yahoo.com은 한국어, jongsoopark@mednet.ucla.edu는 영문으로 보내면 된다. X선 CT MRI 등 각종 검사 자료를 스캔해서 E메일로 보내주면 보다 정확한 진단에 도움이 된다.

<이호갑기자>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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