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기 中정협 부주석, 62년만에 고향땅 방문

  • 입력 2000년 4월 30일 19시 37분


지난달 29일 오후 62년 만에 충북 청원군 강내면 태산리 고향 땅을 밟은 조남기(趙南起·74)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부주석은 “감개무량하다”는 말을 연발했다.

“열두살 때 나무를 해 조치원(충남 연기군) 장에 내다 팔았어요. 돈을 쓸 데가 많아 밥은 못 사먹고 눈깔사탕 2개를 사 하나는 먹고 하나는 여동생에게 갖다 주곤 했지요.”

조부주석은 3·1 독립운동 유공자인 할아버지 조동식(趙東植·1873∼1949)선생과 어머니 상주 박씨 묘소를 찾아 성묘한 뒤 마을을 내려다보며 잠시 어려웠던 어린 시절을 회상했다.

이어 자신이 태어나 10여년간 자란 생가를 찾은 조부주석은 집 안을 둘러보며 다시 감회에 젖었다.

“늘 고향 생각을 했지요. 많이 변하고 좋아졌군요. 이렇게 좋은 세상을 못보고 일평생 고생만 하다 돌아가신 할아버지와 어머님, 형님을 생각하니 슬퍼집니다.”

조부주석은 마을회관 앞마당에서 열린 환영식에도 참석, 주민과 일가 친척 등 100여명에게 일일이 자신이 가져온 중국산 술을 따라 주며 인사를 했다.

그는 이날 풍양 조씨 종중(宗中)으로부터 족보를 전달받았다.

주민 조남억(趙南億·74)씨는 “그가 60여년 전의 일은 물론 고향 사람들의 얼굴도 대부분 기억하고 있어 더욱 친근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조부주석은 30일에는 충남 천안의 독립기념관을 찾아 참배했다.

<청원〓지명훈기자>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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