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끝난 정주영씨 집들이…가족 40여명 오찬

  • 입력 2000년 3월 23일 19시 37분


‘단순한 점심식사인가, 아니면 후계자를 발표하는 자리인가.’

정주영(鄭周永) 현대 명예회장은 23일 새로 이사한 서울 종로구 가회동 자택에서 가족 40여명과 함께 오찬을 가졌다. 가족모임에는 회장 직함을 가진 사람만 해도 10여명이 참석, 한국최고의 재벌가문임을 실감케 했다.

최근 후계구도를 둘러싼 자식들의 갈등과 갑작스러운 이사 등이 겹쳐 재계는 이날 정명예회장 일가의 오찬에 비상한 관심을 가졌다. 그러나 확인 결과 단순한 집들이 겸 점심식사였던 것으로 보인다. 현대그룹측은 가족끼리 오랜만에 모여서 식사하는데 왜 이렇게 관심을 갖는지 영문을 모르겠다는 반응.

그룹 PR사업본부 이영일(李榮一)부사장은 이날 모임에 대해 “화목한 분위기 속에 새로 이사온 집 이야기와 가족들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으며 회사업무와 관련된 이야기는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부사장은 “명예회장은 시종 밝은 표정이었고 가족들은 식사를 마치고 새 집을 둘러보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이부사장은 또 “오찬모임에서 정명예회장이 중대발표를 한다거나 그룹 내 후계구도와 관련해 중대한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는 소문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며 “정명예회장이 중대 발표를 하는 일은 당분간 없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씨 가문 3세대가 함께 한 이날 모임에는 정인영(鄭仁永)한라그룹 명예회장 정순영(鄭順永)성우그룹 명예회장 정상영(鄭相永)KCC 회장 등 형제들과 몽구(夢九)현대자동차회장, 몽근(夢根)금강개발회장 몽윤(夢允)현대해상화재고문 몽일(夢一)현대기업금융회장 몽원(夢元)한라그룹회장 등 2세가 대거 참석했다. 김윤규(金潤圭)현대건설사장과 김재수(金在洙)현대그룹 구조조정본부장도 집에 있었으나 가족모임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미국에서 치료 중인 정세영(鄭世永)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과 해외출장 중인 정몽준(鄭夢準) 현대중공업 고문, 정몽헌(鄭夢憲)현대회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한편 17일 오전 중국 상하이로 출국한 이익치(李益治)회장은 23일 오후 아시아나 항공편으로 귀국, 기자들과 만나 “인사내용을 직접 들은 적이 없어 어디로 출근해야 할 지 모르겠다”며 “24일에는 바이코리아 관련 행사가 있어 그 곳에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출국한 뒤 정몽헌회장과 통화한 적도, 만난 적도 없다”고 말했다.

<이병기기자> 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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