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1호 조영황변호사 "시군법원 판사로 재출발"

  • 입력 2000년 3월 6일 19시 29분


“판결문 안쓰는 판사가 되려고 합니다. 분쟁 당사자들의 하소연을 충분히 듣고 조정만 해주려고요. 말을 하고 듣다 보면 저절로 해결책이 나오기도 하지요.”

부천서 성고문 사건의 공소유지 담당변호사로 특별검사 1호를 기록한 변호사, 백화점 사기세일 사건을 승리로 이끌어 ‘소비자 변호사’로 유명했던 법조인 조영황(趙永晃·59)변호사가 시군법원 판사로 부임했다. 그는 지난달 18일 전남 고흥 보성 시군법원 판사로 임명돼 일주일간의 교육을 마치고 25일 정식 업무를 시작했다.

아직도 한참 더 일할 나이지만 지난해 변호사 사무실을 정리하고 29년간 해온 변호사 일을 끝냈다. 조변호사는 법원이 없는 고향(전남 고흥)에서 간단한 민형사 사건의 재판을 담당하는 시군판사로 봉사하기로 한 것. ’그의 퇴장’을 아쉬워하는 주변사람들에게 조변호사는 “떠나는 것도 하나의 선택인데 힘이 다해 어쩔 수 없이 떠나면 그것이 어찌 선택이냐”고 말했다.

조씨는 오래 전부터 이런 날을 준비해 왔다. 그는 6년 전부터 적금을 들어 모은 돈으로 지난달 20여년씩 일해온 두 직원에게 퇴직금을 주었다. 조변호사는 88년 부천서 성고문 재정신청사건 문귀동(文貴童)피고인의 공소유지 변호사로 선임됐고 당시 문피고인을 조사하면서 공정한 진술기회를 주고도 유죄판결을 받아냈다.

그는 “시군법원판사를 끝낸 뒤 고향에서 정치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하도 많이 정치를 거부해 와 고향 사람 누구도 내가 정치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시군법원 판사를 정년 때까지 하고 그 후에도 고향에서 살다 여생을 마치겠다”고 말했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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