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우주 비밀을 캐는 사람들

  • 입력 1999년 11월 5일 19시 18분


볼만한 혜성이 지구로 다가올 때마다 우리는 한편으로 아쉬워했다. 왜 미국의 앨런 헤일과 토머스 밥이 발견한 ‘헤일―밥’ 혜성같은 것이 한국인의 눈에 띄진 않는 것일까. 일본의 한 직장인 햐쿠타케 유지가 아마추어 실력으로 밤하늘에서 찾아내는 ‘햐쿠타케’혜성이 왜 우리 천문가들에게 보이지 않는 것일까. 한국인 이름의 혜성이 없는 것은 망원경이 빈약한 때문일까, 하늘을 관측하는 사람 숫자가 적은 탓일까.

세계적인 과학 전문지 네이처에 소개된 이영욱 교수팀(연세대)이 은하계 형성의 비밀에 관해 밝힌 한 가설은 그런 갈증에 대한 대답처럼 신선하다. 지난 수십년 동안 미국 유럽 호주 등지의 숱한 천문학자들이 궁금하게 여겨온 오메가 센터우리의 정체 규명에 한걸음 다가섰다는 평가다. 이교수팀이 남반구에서만 관측 가능한 오메가 센터우리를 찍은 디지털 사진 수백장을 분석 검증해온 결과라는 것이다.

그런 연구 관찰의 개가(凱歌)를 접하면서 우리는 자연과학 기초과학의 분야를 지키며, 묵묵히 멀리보고 천착하는 사람을 더 늘리고 지원해야 할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다. 성장과 개발이 다급하던 절대빈곤의 시대, 응용과학이나 돈이 되는 영역만을 좇던 우리의 선택이 그릇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때 나름의 불가피한 처방이었다. 그러나 이제 성장의 한계까지를 살피게 되고 더 힘있고 내실있는 성장, 21세기 세계에 통하는 새 경쟁력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서 거기 걸맞은 ‘과학 인프라’구축이 절실한 것이다.

특히 이번 연구가 좌초위기에 처했다가 재정지원이 뒷받침되어 결실을 거둔 것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디지털 사진 600여장을 찍어와서도 사장(死藏)시킬 뻔했으나 과학기술부의 ‘창의적 연구 진흥 사업 연구비’ 100억원을 지원받으면서, 사진자료를 분석할 장비 등이 갖추어졌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잘나가는 대기업일수록 연구개발비(R&D)비중이 높다. 당장 돈으로 환산되지 않는 자연과학 기초과학에 돈쓰기를 소홀히 하는 기업이나 국가는 사상누각(砂上樓閣)처럼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자연과 기초과학이라는 드넓고 어두운 ‘은하계’를 말없이 캐고 파헤치는 연구자 숫자도 크게 늘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의 직업의식을 평가하고 의욕을 북돋아야 한다. 당장 이문이 없어도 멀리보고 파는 사람이 많은 사회가 잠재력이 크다. 일본인들이 미국의 돈벌이 경쟁력을 두려워 하지 않으면서도 늘 미국의 잠재력은 일본을 절망케 한다고 실토한다. 그 예로 ‘미국의 노벨상 수상자가 200명이 넘고 일본은 10명이 안된다’고 말한다. 과학의 저변이 넓고 기초가 튼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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