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軍門을 비켜간 사람들

  • 입력 1996년 10월 28일 20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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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와 그 자제들중 상당수가 병역(兵役)의무를 비켜갔다는 야당의원들의 폭로가 사실이라면 정말로 개탄스럽다. 누구보다 솔선수범해야 할 사람들이 어려운 일은 피해 나가고 오히려 큰소리를 쳐왔다 싶어 불쾌하기 그지없다. 사회지도급 인사나 자제들의 실역 미필률이 일반인보다 훨씬 높다는 자체가 상류층일수록 의무를 등한시하는 우리의 병폐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28일 국회에서 南宮鎭 李良熙의원은 청와대 수석비서관의 36%, 차관급의 42%가 실역미필자라고 주장했다. 또 외무부의 3급이상 공직자 자제 2백84명중 현역을 마쳤거나 복무중인 사람은 21%에 불과하고 상당수가 외국의 영주권을 얻는 방법으로 병역의무를 피해갔다고 폭로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났는가를 묻는 것은 구차하다. 한마디로 요령껏 군문(軍門)을 비켜간 것이다. 물론 개개인의 경우를 따져보면 상당한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신체적 정신적 문제나 가정사정 등으로 현역복무 불가(不可)판정을 받은 경우가 많겠지만 그런 결격 사유가 왜 유독 지도급 인사나 자제들에게 많아야 하는지 알 수 없다. 또 외국근무가 많다는 걸 기화로 아들에게 외국영주권을 취득시켜 국방의무에서 빠져 나가게 한 사람들이 어떻게 해외에서 나라를 대표하는 일을 해왔는지 이해가 안된다. 지금 군의 위신과 사기는 말할 수 없이 떨어져 있다. 국민 누구나 군을 걱정하고 사기를 높여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런 시기에 이른바 지도층의 실역미필 문제까지 터져 안타까움이 더하다. 그러나 기왕에 문제가 제기됐다면 철저한 조사를 통해 합당한 조치를 취해야만 군의 사기를 높일 수 있다. 특히 외국 영주권으로 병역의무를 피해간 사례는 면밀히 밝혀내 엄정처리하는 모습을 보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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