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에 등장한 AI 로봇, 손님과 대화하며 단골도 알아봐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8일 16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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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는 담배 자판기에서 성인인증 후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흡연은 건강에 해롭습니다. 금연에 도전해보세요!”

28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세븐일레븐 시그니처점에서 한 남성이 직원에게 담배를 파는지 묻자 이렇게 담배를 끊어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담배를 사려는 손님에게 금연을 권유하는 모습이 낯선 듯 남성은 조금 머뭇거렸지만 이내 슬쩍 웃었다. 이날 손님에게 눈웃음까지 지으며 ‘돌직구 발언’을 한 편의점 직원은 인공지능(AI) 로봇 ‘브니(VENY)’였다. 자신을 5살 아기 북극곰이라고 소개한 브니는 매장에 있는 손님들에게 ‘안녕하세요, 세븐일레븐입니다!’라며 일일이 인사했다. 기자가 옆으로 살짝 자리를 옮기자 로봇의 시선도 따라 움직였다.

이날 세븐일레븐은 AI 결제 로봇 브니를 처음 공개했다. 현재 AI 로봇은 세븐일레븐 시그니처점 두 곳에 설치돼 있다. 세븐일레븐 시그니처점은 잠실 롯데월드타워와 남대문 롯데손보빌딩에 있는 스마트편의점이다. 브니는 이곳의 기존 무인 계산대를 대신해 운영된다.

기자가 냉장고에서 캔 커피를 가져와 스캐너에 가져가자 “지금부터 결제에 집중”이라는 멘트와 함께 화면에 제품명과 가격이 표시됐다. 결제수단을 선택하고 카드를 삽입하자마자 순식간에 결제가 완료됐다는 멘트가 흘러나왔다. 음료수 3개를 계산하는 데 채 30초도 걸리지 않았다. 이날 편의점을 찾은 한 중년 여성은 “스마트기기를 이용하는 데 부담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간편하고 결제도 빨라서 좋았다”면서 “가끔 직원들과 직접 대화를 나누는 게 오히려 신경 쓰일 때가 있었는데 결제 로봇이 여러모로 편리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결제 로봇이지만 브니는 고객들과 간단한 대화도 나눌 수 있다. 브니에는 손님과 간단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나리오가 1000개 넘게 입력돼 있다. 브니에게 “피곤하다”고 말하자 “오늘 하루도 수고 많았어요. 힘낼 수 있게 응원해 주겠습니다”며 ‘화이팅’을 외쳤다. 안면인식 기능이 있어 고객들과 눈을 맞추며 대화하는 것은 물론 단골손님의 얼굴도 알아봤다. 기자가 로봇에 얼굴을 인식시킨 후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매장을 찾자 “어서오세요, 단골 고객님”이라며 로봇의 양쪽 눈에 하트모양이 그려졌다.

세븐일레븐 정승인 대표이사는 “올해 안에 AI 로봇이 설치된 매장을 5개까지 늘릴 계획”이라며 “정보기술(IT)을 바탕으로 가맹점 경쟁력을 높이고 고객들에게도 새로운 쇼핑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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