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세븐일레븐 시그니처점에서 한 남성이 직원에게 담배를 파는지 묻자 이렇게 담배를 끊어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담배를 사려는 손님에게 금연을 권유하는 모습이 낯선 듯 남성은 조금 머뭇거렸지만 이내 슬쩍 웃었다. 이날 손님에게 눈웃음까지 지으며 ‘돌직구 발언’을 한 편의점 직원은 인공지능(AI) 로봇 ‘브니(VENY)’였다. 자신을 5살 아기 북극곰이라고 소개한 브니는 매장에 있는 손님들에게 ‘안녕하세요, 세븐일레븐입니다!’라며 일일이 인사했다. 기자가 옆으로 살짝 자리를 옮기자 로봇의 시선도 따라 움직였다.
이날 세븐일레븐은 AI 결제 로봇 브니를 처음 공개했다. 현재 AI 로봇은 세븐일레븐 시그니처점 두 곳에 설치돼 있다. 세븐일레븐 시그니처점은 잠실 롯데월드타워와 남대문 롯데손보빌딩에 있는 스마트편의점이다. 브니는 이곳의 기존 무인 계산대를 대신해 운영된다.
결제 로봇이지만 브니는 고객들과 간단한 대화도 나눌 수 있다. 브니에는 손님과 간단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나리오가 1000개 넘게 입력돼 있다. 브니에게 “피곤하다”고 말하자 “오늘 하루도 수고 많았어요. 힘낼 수 있게 응원해 주겠습니다”며 ‘화이팅’을 외쳤다. 안면인식 기능이 있어 고객들과 눈을 맞추며 대화하는 것은 물론 단골손님의 얼굴도 알아봤다. 기자가 로봇에 얼굴을 인식시킨 후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매장을 찾자 “어서오세요, 단골 고객님”이라며 로봇의 양쪽 눈에 하트모양이 그려졌다.
세븐일레븐 정승인 대표이사는 “올해 안에 AI 로봇이 설치된 매장을 5개까지 늘릴 계획”이라며 “정보기술(IT)을 바탕으로 가맹점 경쟁력을 높이고 고객들에게도 새로운 쇼핑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