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못 푼 위안부문제… 제3의 길은 없는가”

동아일보 입력 2014-05-01 03:00수정 2014-05-01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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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하 세종대교수 심포지엄서 문제제기
박유하 세종대 교수가 4월 29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위안부 문제, 제3의 목소리’ 심포지엄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박경모 전문기자 momo@donga.com
누군가 이런 말을 한다면…. "대립하는 사안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반대 주장까지를 포함해 모든 사실을 객관적으로 검증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대답은 당연히 "그렇다"일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그중 대표적인 게 일본군 위안부 문제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 '객관적 검증' 운운했다가는 격렬한 비판이나 친일파라는 매도를 각오해야 한다.

박유하 세종대 교수가 4월 29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위안부 문제, 제3의 목소리'라는 심포지엄은 그래서 주목을 받았다. 그는 묻는다. "위안부 문제가 불거진 지 20년 이상이 됐는데도 왜 해결이 안 되고 있는가." 그는 책임이 일본에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한국사회의 '주류'와는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즉 우리 쪽에는 문제가 없었느냐고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양국 정부가 대변하고 있는 상반된 목소리, 당사자들이 주장하고 있는 목소리,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노력해온 사람들의 목소리와는 다른 목소리가 있다"고 말한다. 이어 "양극단의 목소리에 묻혀있는 목소리가 제3의 목소리이고, 이제는 그걸 밖으로 드러낼 때가 됐다"고 주장한다.

심포지엄 4시간 반 동안 조마조마했다. 박 교수와 참석자들이 위안부 문제에 대해 그동안 우리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온 '사실'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일본군의 직접적 강제 없이 위안부가 된 경우는 없는가, 위안부 할머니들은 모두 배상보다는 일본의 법적 책임을 더 원하고 있는가. 일본에 법적 책임을 요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아시아 여성기금'은 정말로 일본의 국가책임을 피하려는 '꼼수'에 불과했는가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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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교수는 이런 시각을 지난해 8월 출간한 '제국의 위안부'라는 책에서 이미 제기한 적이 있다. 그렇지만 그의 주장은 아직 소수에 속한다. 위안부 문제는 20여 년이 흐르면서 이의제기를 용납하지 않는 '성역'이 됐다. 따라서 '제3의 시각'은 '건전한 문제제기'가 아니라 주류를 부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김문숙 부산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장이 위안부의 활동 방식을 비판할 때를 비롯해 객석에서 몇 차례 고성이 터져 나온 것도 예상됐던 일이다. 당초 이날 심포지엄에는 위안부 할머니 몇 명이 나와 발언을 할 예정이었으나 결국은 무산됐다. 그들의 주장은 음성을 변조하고 얼굴에 모자이크를 씌운 영상을 보여주고 박 교수가 설명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이는 위안부 할머니조차 '주류'와 다른 목소리를 내기가 어렵다는 걸 방증한다.

이날 "한일관계의 개선이나 미래라는 이름으로 위안부 문제를 빨리 덮으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그러나 박 교수는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그 시대, 그 자리에서 노력했던 사람이 많다"고 인정하면서도 "이제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이 문제에서 해방시킬 때가 왔다"고 주장했다. 이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운동의 볼모'로 삼아서는 안 된다거나, 위안부 할머니들이 자신의 의사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뜻으로 들렸다. 이와 관련해 김문숙 회장은 "내가 20년 전에 위안부 할머니들을 처음으로 찾아냈을 때는 각자가 다른 얘기를 했는데, 이제는 모든 할머니들이 똑같은 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의 이런 주장은 본인이 원하든 원치 않던 일본의 입지를 굳혀주는 것이기도 하다. 본인이야 '진실'을 규명하는 것이 우선이고, 어느 쪽에 유리한가 불리한가는 중요치 않다고 할 게 분명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도 분명하다. 이날 심포지엄에 한국 매스컴보다 일본의 매스컴이 훨씬 많이 찾아와 관심을 보인 것도 그래서였을 것이다. 또한 박 교수의 주장이 자칫 위안부 문제에 대한 국내 의견을 분열시켜 대일본 협상력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는 의견도 학계에는 엄존한다.

심포지엄 주최 측은 행사가 끝난 뒤 양국 정부, 양국 관련단체, 양국 언론에 대한 3개항의 제언을 채택했다. 정부는 관련단체와 전문가 등으로 협의체를 만들어 실질적인 논의를 하고, 관련단체는 상대국과 위안부에 대한 비방행위를 중지하며, 양국 언론은 상대 국민들의 악감정을 부추기는 보도를 자제하라는 내용이다. 이는 '제3의 길'을 가기 위해 꼭 필요한 환경조성이기도 하고, 자신들의 주장에 설득력을 담보하기 위한 '방패'이기도 하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의 발언도 관심을 끌었다. 와다 교수는 '아시아 여성기금'의 설치 때부터 관여했고, 해산될 때까지 2년간 전무로 일했다. 여성기금의 산증인이자 한국 측의 입장을 대변해온 인사다. 그런 와다 교수도 이날, 한일 간에 최대의 쟁점인 '법적인 책임'에 대해서는 일본의 분위기상 한계가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법적 책임을 진다고 해서 일본의 죄가 용서받거나,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다"며 한국이 너무 명분에 얽매이지 말 것을 주문했다.

또한 '여성기금'의 발족을 보도하며 일본 언론이 위안부에게 지급하려는 돈을 '見舞金(미마이킨)'으로 표기한 것도 '여성기금'이 실패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즉 '미마이킨'이 한국어로 '위로금'으로 번역되며 일본 정부가 발뺌을 하려는 것으로 받아들여졌고, 법적 책임을 요구했던 당사자들도 "우리가 거지냐"며 반발하게 만드는 빌미를 줬다는 것이다. 와다 교수는 "당시 무라야마 총리 측은 '미마이킨'이라는 단어를 쓴 적이 없다. 당시 관방장관이 '미마이킨'이라는 건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확실하게 부정해야 했다"며 아쉬워했다. 물론 이 주장은 '여성기금'의 실패를 단어 사용의 실수 때문만으로 볼 수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심포지엄에 참석한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 그는 '아시아 여성기금'의 설립과 운영에 깊숙이 관여했던 인사로 기금의 성과와 한계에 대해 설명했다. 박경모 전문기자 momo@donga.com

이날 와다 교수에게 이런 질문을 한 청중도 있었다. "일본 정부는 일본인 위안부에게 사과를 하거나 보상한 적이 있는가." 와다 교수는 답했다. "명시를 하지는 않았지만 아시아 여성기금은 일본인 위안부 여성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일본인 여성이 요청하면 대응을 하겠다는 전제가 있었지만 실제로는 그런 사례가 한 건도 없었다."

심포지엄이 끝난 뒤 박 교수는 "출발치고는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런 시각을 주변이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궁금하다"고 말했다. 박 교수의 주장도 주장 중의 하나이며 당연히 검증의 대상이다. 박 교수의 주장도 "내가 옳다"는 것이 아니라 검증의 도마 위에 올라가는 것조차 막지는 말아달라는 것은 아닌지.

기자가 생각하기에 이날 심포지엄의 주제는 '위안부 문제'가 아니라 '주류'와 다른 이야기를 할 때 우리 사회가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물어보는 자리 같았다. 대답을 얻으려면 시간이 필요할 듯하다.

심규선 대기자 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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