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철한 승부사 ‘팀 킴’…경기장 밖에선 치맥 즐기는 평범한 딸이자 ‘절친’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23일 16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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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컬링 대표팀(김은정, 김영미, 김경애, 김선영)이 21일 강원도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여자 컬링 예선 8차전에서 투구를 하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한국 여자컬링 대표팀(김은정, 김영미, 김경애, 김선영)이 21일 강원도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여자 컬링 예선 8차전에서 투구를 하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번뜩이는 눈으로 하우스(표적)를 바라보고 신중하게 스톤을 던지는 ‘팀 킴(Team Kim)’의 놀라운 경기력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렇게 팀 킴의 컬링은 평창 겨울올림픽 후반부 최대 화제로 떠올랐다. 경기장 안에서는 모든 선수가 냉철한 승부사이지만 경기장 밖에서는 정반대다. 가족과 친구 동료에게 이들은 그저 평범한 딸이자 누나 여동생 그리고 ‘절친’이다.

자매인 김영미(27·리드) 김경애(24·서드)는 활달하고 밝은 성격으로 중고교 때부터 따르는 후배들이 많았다고 한다. 자매의 한 친척은 “어릴 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지만 밝은 성격 덕분인지 잘 극복했다. 기특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의성여고 출신인 오은진 선수(25·춘천시청)는 “영미 언니는 성격도 ‘국민 영미’다. 워낙 동생들을 잘 챙겼다”며 웃었다. 김영미의 담임교사였던 이장춘 씨(66)는 “영미는 책임감이 강하면서도 성격이 밝았다. ‘부잣집 맏며느리 같은 친구’였다”고 회상했다.

김경애는 어릴 때부터 운동신경이 좋았다. 볼링이나 배드민턴 등 생활체육 실력이 남달랐다. 학생 때 보충수업까지 챙기고 훈련장으로 떠나는 언니와 달리 수업이 끝나면 청소도 하지 않고 부리나케 컬링장으로 갔다가 혼이 나기도 했다. 친구 이유진 씨(25·여)는 “얼굴에서 항상 웃음이 떠나지 않는 친구였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까지 즐겁게 만든다”고 말했다. 대구의 한 대학에 입학한 뒤 지역 명물인 막창을 비롯해 삼겹살과 치맥(치킨과 맥주) 등을 먹기 위해 ‘맛집 투어’를 즐긴 여대생이었다. 특히 치킨을 좋아해 친구들은 김경애를 부를 때 ‘닭고기야’라고 애칭처럼 불렀다.
한국 여자컬링 대표팀(김은정, 김영미, 김경애, 김선영)이 21일 강원도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여자 컬링 예선 8차전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한국 여자컬링 대표팀(김은정, 김영미, 김경애, 김선영)이 21일 강원도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여자 컬링 예선 8차전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스킵(주장) 김은정(28)과 세컨드 김선영(25)의 할머니는 경북 의성에 살고 있다. 공교롭게도 두 선수 할머니의 성(姓)도 모두 김 씨다. 두 선수의 할머니 사랑도 남다르다. 김은정은 어릴 때부터 할머니의 도움을 받으며 자랐다. 투정 부리지 않는 순한 손녀딸이었다고 한다. 지금도 할머니를 살뜰히 챙긴다. 1월초 훈련을 위해 집을 떠날 때도 “당분간 올림픽 준비 때문에 바빠서 찾아뵙지 못할 것 같다”며 할머니를 꼭 안아줬다.

김선영도 대회에 나가 메달을 받으면 항상 할머니 목에 걸어주며 기쁨을 나눴다고 한다. 재롱이 많고 밝은 성격에 할머니를 웃게 하는 날이 많았다. 할머니가 “기특하다”며 손녀딸에게 용돈을 주면 명절이나 생일 때마다 손녀딸도 용돈을 챙겨드렸다.

김은정은 집안일도 곧잘 도왔다. 농사 일이 바쁘면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무거운 모판을 날랐다. 아버지가 운영했던 식당 주방에 드나드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의성에 축제가 열려 손님이 붐빌 때면 서빙과 설거지를 뚝딱 해냈다. 당시 김은정의 모습을 기억하는 한 주민은 “얼마나 손이 빠른지 두 시간만 도와줘도 일이 수월해졌다”고 말했다.

후보로 시작해 예선 중반 맹활약을 펼친 김초희(22)는 5명 선수 중 유일한 비(非)의성 출신이다. 의성여고 못지않게 컬링으로 유명한 송현고(경기 의정부시)를 졸업했다. 제발로 찾아와 시작한 컬링이었지만 누구보다 실력이 좋아 ‘될성부른 나무’라는 소리를 들었다. 김초희의 중고교 시설 코치였던 이승준 씨(37)는 “초희는 ‘성실’과 ‘긍정’ 두 단어로 요약할 수 있는 학생이었다. 성실하고 열정적이었다”고 말했다.

강릉=권기범 kaki@donga.com·김정훈/의성=정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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