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이어 하도급도 ‘최저임금 고통 분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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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개정 하도급법 7월 시행
최저임금 인상으로 비용부담 커질땐 원사업자에 대금인상 요구 가능해져

올 7월 중순부터 최저임금이나 공공요금 인상으로 하도급업체의 비용 부담이 커질 경우 하도급업체는 원사업자인 대기업에 대금 인상을 요구할 수 있게 된다. 지난해 말과 올 1월 프랜차이즈 가맹점과 납품업체가 최저임금 인상의 부담을 가맹본사 및 대형 유통회사와 나눠 지도록 한 데 이어 하도급 분야에서도 최저임금 인상분을 분담할 수 있는 규정이 생긴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6일 이런 내용을 담은 개정 하도급법을 공포했다. 개정법에 따르면 최저임금 인상을 이유로 하도급업체로부터 대금을 올려 달라는 요청을 받은 원사업자는 10일 이내에 협의를 시작해야 한다.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공정거래조정원 분쟁조정협의회에서 조정에 나선다. 개정법은 시행령 개정작업을 거쳐 올 7월 16일부터 시행된다.

아울러 공정위는 업종별로 표준하도급계약서를 새로 만들거나 기존 계약서를 개정해 개정법 시행에 앞서 하도급업체 등 중소기업이 최저임금 인상의 부담을 덜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갑을관계에 노출돼 있는 업종이 최저임금 인상의 후폭풍을 피할 수 있게 하려는 조치로 개정 즉시 적용된다.

새 표준하도급계약서가 적용되는 업종은 철근가공업, 건축물유지관리업, 건축설계업, 디지털디자인업, 제품·시각·포장디자인업, 환경디자인업, TV·라디오 등 제작 분야 광고업, 전시·행사·이벤트 분야 광고업, 엔지니어링업 등 9개 업종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최저임금보다 높은 임금을 받는 제조업은 제외한 반면 최저임금 상승 여파에 노출된 업종을 위주로 사업자단체와 협의가 끝난 업종에 대해 선제적으로 표준계약서를 바꿨다”고 말했다.

바뀐 표준계약서는 최저임금 상승 요인을 고려해 발주처가 원사업자에게 원도급 금액을 올려주면 하도급 금액도 자동으로 인상되도록 했다. 하도급업체가 별도로 대금 인상을 요청하지 않아도 관공서 등 발주처가 원사업자에게 주는 대금을 올려줬다면 하도급 대금도 오르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100억 원이던 원도급 금액을 발주처에서 110억 원으로 올려줬으면 하도급 금액도 같은 비율인 10%만큼 인상된다.

업체가 표준계약서를 도입해 계약을 맺는 건 의무사항이 아니다. 하지만 표준계약서 도입 및 준수 여부가 공정위의 공정거래협약 이행평가 점수에 반영되는 만큼 공정위는 실효성이 있을 것으로 본다. 공정위 관계자는 “하도급, 가맹거래, 대규모 유통업 등 특수한 갑을관계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불평등한 거래를 해소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하도급법#공정위#최저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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