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가 불이면 백승호는 물…환상의 궁합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5월 26일 05시 45분


‘바르샤 듀오’ 이승우-백승호는 U-20 대표팀의 공격을 이끄는 쌍두마차다. 둘은 나란히 조별리그 1·2차전에서 연속골을 터트리며
 2연승과 조기 16강행 확정에 앞장섰다. 백승호(오른쪽)가 2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아르헨티나와의 2차전 때 페널티킥 
추가골을 성공시킨 뒤 1년 후배 이승우와 함께 기쁨의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전주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바르샤 듀오’ 이승우-백승호는 U-20 대표팀의 공격을 이끄는 쌍두마차다. 둘은 나란히 조별리그 1·2차전에서 연속골을 터트리며 2연승과 조기 16강행 확정에 앞장섰다. 백승호(오른쪽)가 2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아르헨티나와의 2차전 때 페널티킥 추가골을 성공시킨 뒤 1년 후배 이승우와 함께 기쁨의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전주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U-20 월드컵으로 본 최강의 콤비
‘함께라서 완벽한’ 이승우-백승호

불같은 이승우, 승부욕 지나쳐 구설수도
머리에 새긴 ‘SW’ 전승 결승행 다짐 담아
차분한 성격 백승호, 안정적 플레이 자랑
발재간도 굿…기니전 감각적 슈팅 눈길


한국은 안방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코리아 2017’에서 기니, 아르헨티나와 치른 조별리그 A조 1·2차전을 각각 3-0, 2-1 승리로 장식하며 26일 잉글랜드와의 3차전 결과에 상관없이 일찌감치 16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8강 진출을 1차 목표로 세운 한국 공격진의 중심은 ‘바르샤 듀오’다. 세계 최고의 클럽 중 하나인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FC바르셀로나에서 성장하고 있는 이승우(19)-백승호(20)다. 둘은 1·2차전에서 나란히 연속골을 터트리며 2연승과 조기 16강행을 이끌었다. 신태용(47) U-20 대표팀 감독이 체력안배를 위해 둘을 잉글랜드전에 기용하지 않기로 한 것은 그만큼 백승호-이승우 듀오의 팀 내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U-20 대표팀의 간판으로 우뚝 선 ‘바르샤 듀오’를 중심으로 ‘최강의 콤비’들을 살펴본다<편집자 주>.

이승우와 백승호는 2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프리카의 복병’ 기니와의 개막전에서 각각 좌우 윙포워드로 선발출장해 나란히 골맛을 봤다. 선제 결승골을 뽑은 이승우는 임민혁(FC서울)의 추가골도 도왔고, 백승호는 기니의 추격 의지를 완전히 꺾어놓는 쐐기골을 터트렸다. 23일 같은 장소에서 벌어진 역대 U-20 월드컵 최다(6회) 우승국 아르헨티나와의 2차전에서도 나란히 골망을 흔들며 다시 승리를 합작했다. 이승우는 50m 드리블 돌파에 이은 왼발 칩슛으로 환상적인 선제골을 만들었고, 백승호는 조영욱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침착하게 성공시켰다. 대동초 1년 선후배 사이인 둘은 2010년 1년 선배인 백승호가 먼저 FC바르셀로나에 입단한 뒤 이듬해 이승우가 뒤를 따르며 현재까지 같은 길을 걸었다. 비슷한 성장과정을 밟았지만, 둘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U-20 대표팀 이승우. 스포츠동아DB
U-20 대표팀 이승우. 스포츠동아DB

● 그라운드 안팎에서 톡톡 튀는 이승우

2014년 9월 태국 방콕에서 개최된 2014 아시아축구연맹(AFC) U-16 챔피언십. 이승우는 이 대회에서 5골로 득점왕과 최우수선수(MVP)를 휩쓸며 신드롬을 일으켰다. 일본과의 8강전에서 60m를 홀로 드리블하며 상대 선수 5명을 제치고 뽑은 골은 지금도 팬들의 머리 속에 선명하게 남아있다.

대동초 6학년이던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다농네이션스컵에서 득점왕을 차지한 뒤 13세이던 이듬해 FC바르셀로나와 계약한 이승우는 세계 최고의 유망주들만 모인다는 FC바르셀로나 유소년시스템 ‘라 마시아’에서 살아남기 위해 전쟁하듯 축구를 해왔다. 일찌감치 ‘코리안 메시’라는 별명을 얻었던 그는 2013년 2월 백승호와 함께 ‘18세 이상 선수만이 해외 이적을 할 수 있다’는 FIFA의 규정 소급 적용에 따라 2015년까지 경기 출전은 물론 연습경기, 합숙훈련 참여까지 금지당하는 등 어려움도 겪었다.

태극마크를 달고 뛴 국제대회에선 뜻하지 않은 구설에도 올랐다. 2015년 5월 수원에서 열린 JS컵 U-18 국제청소년대회에서 득점 찬스를 놓친 뒤 광고판을 걷어차고, 자신을 교체 아웃시킨 감독과 눈도 마주치지 않은 채 라커룸으로 들어가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속마음은 그렇지 않다. ‘살아남기 위해 전쟁하듯’ 축구를 하면서 누구보다 승부욕이 강할 뿐이다. 탁월한 순간 스피드를 바탕으로 한 화려한 드리블 돌파력을 갖춘 이승우는 개성 표현에도 적극적이다. 평소에도 톡톡 튀는 색깔로 머리를 염색하는 그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는 옆머리에 오렌지빛 헤어스크래치로 ‘SW’를 새겨 눈길을 끌었다. 자신의 영문 이름 이니셜과 함께 ‘Six Win’, 즉 6승을 거두고 결승에 오르겠다는 간절한 다짐을 담았다.

U-20 대표팀 백승호. 스포츠동아DB
U-20 대표팀 백승호. 스포츠동아DB

● 기본기에 강하고 발재간이 좋은 백승호

이승우보다 한 살 위인 백승호는 동생보다 1년 빠른 2010년 FC바르셀로나에 입단했다. 당시 키 148cm로 또래보다 작았던 그는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우유를 물 먹듯이’ 먹었고, 현재 키는 182cm에 이른다. 이승우 못지않게 스페인에서의 성장과정은 순탄치 않았고, 사실 지난해까지만 해도 U-20 대표팀에서 큰 존재감을 발휘하진 못했다. FIFA의 징계 때문에 소속팀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면서 경기감각이 크게 떨어졌고, 특히 부족한 체력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했다.

이번 U-20 월드컵을 앞두고 신태용 감독의 주문에 따라 소속팀에 복귀하는 대신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개인 체력훈련에 매진했고, 그 덕분에 대회 개막 이후 최고의 컨디션을 자랑하고 있다. 개막 직전 세네갈과의 평가전(14일·2-2 무)에서 정석적인 플레이를 펼치며 대포알 같은 골을 터트렸던 백승호는 기니전에선 상대 골키퍼의 키만 살짝 넘기는 감각적인 슈팅으로 골을 낚아 팬들의 감탄사를 자아냈다.

이승우의 주무기가 스피드를 바탕으로 한 화려한 드리블 돌파라면, 백승호는 정지된 상태에서 뛰어난 발재간을 자랑한다. 성격도 반대다. 이승우는 광고판을 걷어찰 정도로 불같은 성격이지만, 백승호는 쉽게 흥분하지 않는다. 스스로 “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르헨티나전에서 페널티킥을 찬 것은 ‘준비된 시나리오’였다. 경기 중 페널티킥이 나오면 그가 차기로 이미 약속돼 있을 정도로 백승호는 안정적인 플레이를 뽐낸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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