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愛] 넥센 마케팅팀 임준홍 사원, 여대생·아줌마에게 ‘야구 강의하는 남자’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5월 22일 05시 45분


넥센 마케팅팀 임준홍 사원이 스스로에게는 ‘꿈의 구장’이나 다름없는 목동구장 그라운드에 서서 환하게 웃고 있다. 목동|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넥센 마케팅팀 임준홍 사원이 스스로에게는 ‘꿈의 구장’이나 다름없는 목동구장 그라운드에 서서 환하게 웃고 있다. 목동|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 넥센 마케팅팀 임준홍 사원

야구선수 대신 스포츠마케팅으로 꿈 이뤄
우상 심재학 코치와 마주하면 지금도 설레
전문가 아니지만 해마다 대학교 돌며 강의
‘야구특공대’로 주부대상 야구문화 전파도

넥센 마케팅팀 임준홍(32) 사원은 웃는 얼굴이다. 빼곡한 Q시트처럼 12시간 넘는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지만, “늘 재밌게 일하려고 한다”며 미소 짓는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야구선수를 꿈꿨는데 쉽지 않았다. 커서도 야구 쪽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스포츠마케팅을 전공해 2010년 공채로 입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때 자신의 우상이었던 심재학 타격코치와 마주하면 지금도 즐겁고 설렌다. ‘눈 뜨고 일어나면’ 야구장뿐인 삶. 그러나 그 곳에서 매일매일 뿌듯한 보람을 느낀다.

● ‘야구강의’하는 남자

전문적인 야구선수는 아니다. 그러나 홈경기가 없는 날이면 곳곳을 돌며 야구강의를 한다. 넥센 이장석 대표의 ‘아이디어’였고, 임 씨와 동료들이 기획을 구체화하면서 대표적인 프로그램인 ‘야구인걸’과 ‘주부야구특공대’가 태어났다. ‘야구인걸’은 2012년부터 여자대학교를 돌면서 1년에 1차례 기초상식을 설명한다. 강의마다 150∼200명이 들어찰 정도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임 씨는 “‘야구인걸’은 야구문화를 전파하되, 응원하는 팀이 없는 여대생을 팬층으로 공략하기 위해 시작했다”고 귀띔했다.

‘주부야구특공대’는 서울 목동에 거주하는 30∼50세의 주부를 대상으로 자기소개서를 받는 등 꼼꼼한 심사를 거쳐 1년간 야구강의는 물론이고 연간 무료입장 등의 풍성한 혜택을 준다. 2011년부터 5년째 이어오고 있다. 그는 “(이장석) 대표님께서 주부대상 프로그램을 만들어보라고 하셨다. 입소문을 타서 높은 경쟁률에 재수, 삼수까지 해서 들어오시는 주부님들이 많다”고 밝혔다.

4∼5년간 강의하면서 노하우도 쌓았다. “‘주부야구특공대’는 기초반과 고급반이 있다. 기초반은 기본적인 야구규칙과 전광판 보는 법, 고급반은 전력분석과 스카우트 강의, 티볼 체험 등 다양한 커리큘럼으로 구성돼 있다. 1년에 총 8번 정도 강의하기 때문에 디테일하게 들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야구인걸’은 1년에 한번, 1시간 남짓한 짧은 강의이기 때문에 기본적인 설명에 ‘턱돌이’의 공연과 웃음 코드를 버무렸다. 그는 “주부님들께서 반응도 잘해주시고, 야구장에 간식을 싸오셔서 주실 때도 있다”며 귀띔했다. 이어 “여대에서 마스코트 턱돌이 인기는 많은데 나는 아닌 것 같다”며 해맑게 웃었다.

● 시구·시타자의 감사인사

한 시즌 144경기의 절반 동안에는 홈구장인 목동을 지킨다. 홈경기가 있는 날에는 이벤트와 치어리딩, 프로모션 등 다양한 일정을 챙긴다. 경기마다 진행하는 시구·시타자를 정하는 것도 임 씨의 큰 업무. 볼거리가 많은 만큼 연예인의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는데, 연예기획사 관계자들과 긴밀하게 연락한다. 임 씨는 최근 몇 년 간 대세로 떠오른 걸그룹 크레용팝과 EXID에 애정을 실었다. 그는 “두 팀 모두 인기를 얻기 전 목동구장에서 시구와 시타를 했던 경험이 있다. 크레용팝은 대표곡 ‘빠빠빠’가 나오고 큰 인기를 얻으면서 다시 목동구장을 찾았는데, 그라운드 공연에서 모든 관중이 노래를 따라 부르고 엄청난 호응을 해주면서 장관을 이뤘다. EXID나 보이그룹 VIXX도 인기를 얻어가는 걸 보면 기분이 좋다”고 밝혔다.

일반인 시구에는 진한 감동이 있다. 인상적인 기억은 최근 어버이날이었다. 암으로 투병 중인 아버지에게 특별한 추억을 선물하고 싶은 딸이 구단에 사연을 보내면서 시구·시타자로 선정됐다. 임 씨는 “시구자인 아버지께서 불편한 몸임에도 딸에게 건강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힘껏 시구를 하시더라. 좋은 추억을 선물해드린 것 같아 흐뭇했는데, 시구·시타를 하고 나오면서 되레 ‘고맙다’고 인사하는 모습에 울컥했다”고 털어놓았다.

● 후배들도 꿈을 꿨으면…

그는 ‘야구업계 일’을 꿈꾸는 이들의 ‘멘토’다. 스포츠마케팅을 전공하고 KBO에서 진행하는 대학생 객원마케터 8명 중 1명으로 꼽혀 넥센과 인연을 맺었다. 2010년 공채를 통해 넥센에 입사해 5년째를 맞고 있다. 지금은 구단에서 직접 선발하는 객원마케터를 관리하며 직접 경험한 입사과정을 전한다. 임 씨는 “1년 동안 많은 것들을 얻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 특히 이쪽 업계로 진출하고 싶다면 여러 스펙보다 관심 분야에서 구체적인 실력을 쌓았으면 좋겠다. 거창한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찮은 일이라고 할지라도 의미를 찾고 보람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한발 더 꿈에 다가설 수 있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목동|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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