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콜라보레이션…신개념 아트 협업의 세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3일 15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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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보레이션 갤러리 렌탄도 박선민 관장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갤러리 렌탄도는 메가 성형외과 건물 2, 3, 4층에 자리 잡고 있다. 성형외과에 갤러리라니, 왠지 어울릴 것 같지 않다. 그러나 요즘의 화두인 ‘융복합’이라는 개념을 공간으로 확대해 시너지를 내고 있는 신개념 갤러리다.

성형외과 건물 외벽에 설치한 ‘아름다움이 자라다-약속’(Beauty Grow-Promise you)이라는 조형물이 이를 상징한다. 이 작품은 파인아트와 디자인 영역을 넘나드는 엄정호 작가의 작품이다. ‘아름다움이 자라다’라는 작가의 키워드와 ‘아름다움을 키우다’라는 성형외과의 공통된 주제가 만나 갤러리의 상징물이 된 것이다.

17일 박선민 관장(41)을 만나봤다.

-성형외과에 갤러리를 연 이유가 제일 궁금하다.

“한마디로 트렌드가 변했다고 할 수 있다. 전통적인 갤러리는 작가를 발굴하고 작품을 전시하고 콜렉터들에게 판매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낸다. 그만큼 소수의 콜렉터를 중심으로 움직이며 대중들의 관심을 모으고 이끄는 방향과는 다른 경우가 많다. 사람이 많이 와서 자연스럽게 작품을 볼 수 있는 공간이 없을까를 고민하다 성형외과에 갤러리를 내게 됐다. 내국인도 많이 오지만 외국인 특히 중국인들이 정말 많이 온다. 그런데 놀랍게도 중국인들이 한국 작품을 알아보거나, 특정 작가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병원 여기저기에 작품을 전시하면 불편해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불편해하는 사람이 전혀 없다. 병원도 처음에는 단순한 인테리어로 생각했지만 작품을 전시한 이후 자연스럽게 병원의 품격이 올라가고, 환자들도 심미안이 있는 병원이 수술을 하니 믿을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주변의 다른 병원도 따라서 작품을 걸고 있다. 성형외과만큼 적극적으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곳이 없으니까.”

듣고 보니 의술로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성형외과 전문의와 작품으로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작가 사이에는 확실히 공통분모가 있는 것 같다.

박 관장은 창조적인 작가와 새로운 관객이 만나는 장소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작품을 판매함으로써 작가들에게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박 관장은 그러면서 아트 콜라보레이션(Art Collaboration)이라는 말을 꺼냈다. 창의적인 작가와 그런 작가를 찾는 기업이나 소비자를 연결시켜주는 것이 아트 콜라보레이션이고, 그런 일을 하는 곳이 갤러리라는 말이다.

“중세시대 유명한 성당 벽에 그림을 그리거나 조각을 하는 일도 고전적인 의미로 아트 콜라보레이션라 할 수 있다. 이탈리아 피렌체의 메디치가(家)나 밀라노의 스포르차가(家)는 당대 예술가들을 후원함으로써 그들의 재능을 꽃피우게 하고 그들의 작품이나 디자인을 활용해 실제 상품을 개발해 판매함으로써 고객들에게 명품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고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데도 크게 기여했다. 작가와 기업을 이어주는 일을 페이지 갤러리에서 시작했는데, 지금은 렌탄도로 바뀌었을 뿐이다.”

“지금까지 5년간 일을 해오며 수십 명의 작가들을 기업과 맺어줬는데 내가 직접 창작을 하는 것보다는 기업과 아티스트를 연결해 주는 일이 내게는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기업이 원하는 이미지와 작가가 할 수 있는 일을 조율하고 설득해 접점을 만드는 일이 아트 콜라보레이션의 핵심이다.

그녀의 첫 번째 아트 콜라보레이션은 2012년 4월 ‘갤럭시 노트 아트페어-Wish Note’전(展). 서울 방배동 ‘갤러리 페이지’에서 열었다. 이때의 인연으로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의 많은 아트 프로젝트를 연이어 맡게 되었고 엄정호 작가를 비롯해 팝 아티스트 찰스 장, 사진작가 이도형, 강영민, 아트놈, 윤세열, 이상민 작가 등과 협업을 하게 됐다. 갤럭시 노트 아트페어에서는 작가들이 갤럭시 노트와 S펜을 이용해 창작한 이미지를 캔버스, 도자기, 종이, 비단, 스테인리스 스틸 등 다양한 소재에 담아 전시했다.

“아트 콜라보레이션의 핵심은 기업이 만든 제품에 품격을 더해 줄 수 있는 작가를 찾아내 서로의 접점을 만들어 주는 일이다. 기업과 아티스트를 잘 설득해야 한다. 장소선택도 큰 일 중의 하나다. 단순한 제품 발표회를 예술적 전시로 승화시킬 수 있다면 공공성을 지닌 공간인 세종문화회관이나 예술의 전당에서도 할 수 있는 것이다.”

박 관장의 아트 콜라보레이션에 대한 정의와 전망은 명쾌하다. 그만큼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트 콜라보레이션의 2015년 트렌드는 기업과 아티스트 사이의 협업을 통해 브랜드가치를 끌어올리거나 새로운 브랜드가치를 창조하는 공동작업이다. 아티스트나 디자이너가 제품의 디자인, 제작 홍보 등 각 과정에서 협업을 통해 각각의 핵심역량을 발휘해 상품의 품격을 높여 브랜드의 부가가치를 창조하는 작업이다.

아트 콜라보레이션은 특정시기의 유행이 아닌 예술적 영감을 제품과 결합해 아름다움을 가미해 다른 제품과 차별화된 결과물을 만드는 일이다. 최종의 목적은 서로 다른 여러 가지 문화를 소비하는 대중들의 관심을 이끌어내 기업, 예술가, 소비자(대중)에게 서로 보탬이 되는 ‘즐거운 동행’을 만들어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최근 국내외의 신생기업부터 대표적인 글로벌기업까지 서로 다른 브랜드 간 전략적 협업을 통해 새로운 브랜드가치를 만드느냐 못 만드느냐에 미래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보고 이 분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트 콜라보레이션은 아트의 영역이 확대되는 트렌드에 따라 디자인, 영상, 공간까지로 확대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새로운 영역에 대한 시도는 예술 쪽이 잘하는 일이다. 그러나 기업도 새로운 시도 자체를 기업의 아이덴티티로 설정함으로써 기업의 브랜드가치를 높이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아트 콜라보레이션을 아트 마케팅으로 연결하려는 것이다.

대표적인 분야가 자동차와 휴대전화, 웨어러블(Wearable)시장이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센터에서 1월 28일부터 2월 15일까지 전시한 현대자동차의 브릴리언트 메모리즈(brilliant memories)전시는 아티스트와 소비자를 이어주는 접점에 해당하는 곳에서 제품을 홍보하는 것이 아닌 작품에 주목하는, 기업이 전체 전시의 백그라운드 역할을 하는 차별화된 아트 콜라보레이션의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이런 시도는 예술가가 긴 세월동안 하나의 테마로 연작을 만들 듯, 기업도 하나의 키워드로 지속적인 투자를 했기에 가능한 것이다. 우리의 삶을 예술적이고 특별하게 해주는 리브 브릴리언트(Live brilliant) 시리즈는 예술을 단기적 마케팅 툴로 소비하는 것이 아닌 기업이 아트 문화를 선도하는 역할을 맡아 기업-아트디렉터-예술가-소비자를 연결하는 좋은 사례다.

또한 아트 마케팅의 장기적인 전략과 접근법도 보여줬다. 소비자들은 평소 쉽게 접근하기 힘든 디자인분야에서 세계적인 명품브랜드와 자동차 회사의 협업을 통해 제작한 세상에 하나뿐이자 장인정신이 깃든 예술작품인 ‘에르메스 콘셉트카’와 ‘한정판 프라다 양산차’를 관람할 수 있었다.”

아트 콜라보레이션 분야는 단기적 마케팅전략을 넘어 ‘새로운 영역’을 확보해야 하는 기업에 매우 중요한 미래의 키워드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갤러리 렌탄도 박선민 관장은 “일방적으로 제품을 만들어 출시하는 것이 아니라 쌍방향으로 이뤄지는 ‘소비자와의 즐거운 동행’을 어떻게 이끌어낼지가 예술가와 기업 모두의 숙제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경모 전문기자 mo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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