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겔 디아스카넬, 카스트로家 장기집권 끝낼 쿠바의 ‘젊은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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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뜨는 정치지도자들]<13>디아스카넬 국가평의회 수석부의장

미국과의 국교 정상화에 착수한 쿠바가 50여 년 만에 대변화를 맞고 있다. 1962년 핵미사일 위기로 미국과 대치했던 쿠바의 이러한 변화는 여전히 핵문제로 미국과 대치 중인 북한과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북한이 김씨 일가가 지배하는 ‘동토의 왕국’이라면 쿠바는 카스트로 가문이 반백 년 넘게 장악한 ‘열대의 독재국’이란 점에서 부정적 이미지를 갖고 있다. 1959년 쿠바혁명 이후 집권한 형 피델(89)과 2008년 권력을 물려받은 동생 라울(84)이 장기 집권해온 나라이기 때문이다.

최근 이런 쿠바의 리더십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주 낸시 팰로시 미국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를 단장으로 한 민주당 하원의원 9명이 쿠바 땅을 밟았을 때 이들을 맞은 인물은 카스트로 가문의 남자가 아니었다. ‘쿠바의 얼굴’ 역할을 한 이는 올해 55세인 미겔 디아스카넬 국가평의회 수석 부의장(사진)이었다.

디아스카넬 부의장이 쿠바의 차기 수장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13년 2월부터다. 라울이 임기 5년의 국가평의회 의장 임기를 세 번째로 맞으면서 “이번 임기가 마지막”이라고 천명한 것. 당연히 관심은 누가 후계자가 될지에 쏠렸다. 당시 디아스카넬은 쉰세 살의 비교적 젊은 나이에 국가평의회 수석 부의장에 발탁되면서 ‘세대교체’를 예고했다.

예상대로 그가 2018년 쿠바의 새 국가평의회 의장이 된다면 쿠바는 더이상 카스트로 가문의 나라가 아니다. 게다가 쿠바혁명에 참여하지 않은 세대가 새로운 쿠바를 이끌게 된다. 아직도 ‘백두혈통’에 매달리는 북한과 결정적으로 차별화될 수밖에 없다.

디아스카넬 부의장은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대학교수 출신의 테크노크라트형 지도자다. 3년의 군복무 기간을 제외하곤 군부가 아닌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을 배경으로 성장했고 비야클라라 주와 올긴 주 담당 제1당서기로서 성과를 인정받아 중앙 정계에 진출했다. 역시 이공계 출신으로 공청단과 티베트와 구이저우(貴州) 성 당서기로 실력을 인정받은 후진타오(胡錦濤) 전 중국 국가주석과 닮은꼴이다.

디아스카넬 부의장이 당서기를 맡았던 비야클라라와 올긴은 복장도착자 축제와 문신축제 같은 파격적 관광자원 개발로 쿠바의 해외투자 유치의 역할모델이 된 지역이다. 소탈한 반바지 차림으로 자전거를 타고 다녔던 그는 당시 중앙정부와 라울이 장악한 군부를 효과적으로 설득했기에 이런 성과를 낼 수 있었다.

이후 2003년 정치국 위원, 2009년 고등교육부 장관, 2012년 국가평의회 부의장, 2013년 수석 부의장으로 승승장구했다. 특히 수석 부의장이 된 뒤 쿠바의 최대 우방인 베네수엘라와 관계를 더 돈독하게 하는 등 외교적 역할을 확대했다. 이 때문에 미국과의 국교정상화 협상에서 그의 현실주의적 지도력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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