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인준 칼럼]朴 대통령은 軍을 아는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8일 22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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戰作權 전환 재연기 근거 있지만 ‘필승 국군’으로 개조 나서야
軍 구조 불합리-비효율-낭비 많아… 육군 수뇌들, 대통령에게 정직한가
武骨 잘 안보이는 곱상한 ‘행정 군대’… 미군 등 뒤의 피터팬 군대 언제까지?

배인준 주필
배인준 주필
북한은 자립경제 실패, 한국은 자주안보 실패 상태다. 북한 가서 살라 하면 종북 분자도 거부할 만큼 북한의 실패가 더 절망적이다. 그러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다시 무기 연기해 핵심안보를 미국에 위탁하고, 국방장관이 “북의 핵탄두 소형화 기술이 상당 수준에 이른 것 같다”고 국민 앞에 보고하는 상황은 착잡하다.

박근혜 정부와 군은 북핵 위협 증대라는 상황 변화를 근거로 내년에 받기로 한 전작권을 스스로 포기했다. 그렇다면 ‘안보상황 변화’에 맞춰 군 구조도 바꿔야 한다. 한민구 국방장관은 “우리 군은 전작권 전환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있다”고 했지만, 진정 ‘이길 수 있는 군대’를 위한 자기개조를 해야 한다.

육군이 전군(全軍)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인데, 실효적 대북 억제력 관점에서 불합리·비효율·낭비가 많다. 이는 누가 개편할 것인가. 박 대통령은 군 예산의 어디를 늘리고 어디를 줄이는 것이 좋을지 판단할 수 있는가. 육군총장, 합참의장, 국방장관, 그리고 육군 출신 안보실장은 3군과 해병대 간 자원배분의 문제점을 육군이기주의를 떠나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정직하게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있는가.

해군 함정 수는 200여 척으로 북한의 800여 척보다 적지만 톤수는 2배 정도 된다. 우리는 구축함 이지스함을 비롯한 대형함정 중심이고 북은 잠수함·정 고속정을 비롯한 소형함정이 많기 때문이다. 북은 3∼4명이 타는 잠수정으로 우리 구축함을 수장시킬 궁리를 한다. 천안함도 그렇게 당했다. 우리 군은 외형에 너무 치중하지 않는가. 부사관 이상 장교들에게 잠수함을 타라고 하면 상당수가 전역을 신청해버리는 약군(弱軍)풍토는 누가 만들었는가.

공군에는 F-35같이 북이 겁낼 전투기가 물론 필요하다. 그러나 무인기 전력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 무인기는 조종사 수요가 없다고 해서 등한시할 일이 아니다. 육지의 특수부대와 바다의 해병대는 강화해야 한다. 북이 우리를 공격할 때 해병대는 전광석화처럼 남포상륙작전을 벌여 평양을 접수할 주력군이 되어야 한다. 발언력이 약해 해병대가 찬밥신세라면, 이는 국민이 군을 보유하는 목적에 반(反)하지 않는가.

합참은 전작권이 없음에도 전면전 대응 위주로 운용되는 양상이다. 그보다 합참은 이미 환수한 평시작전권을 제대로 발휘해 다양한 국지전을 필승으로 이끌어야 한다. 그래야 북이 불장난을 함부로 못한다. 합참이 기민·단호하게 군을 기동할 수 있도록 만들 책임은 대통령과 국방장관에게 있다. 대통령과 국방장관도 국지전 대응 연습을 직접 해봐야 한다. 위탁안보 체질에 젖어 천안함·연평도 때 당했듯이 또 당한다면 그야말로 안보 실패 정부가 된다.

우리 군이 충분히 미덥지 않다. 미군 등 뒤에서 골프 칠 궁리, 폼 나는 선글라스에 머릿기름 바르고 사복 입을 궁리, 군인정신은 팽개치고 빠른 진급·좋은 보직·출세영달을 위해 로비할 궁리에 너무 바쁘지 않은가. ‘공무원 군인, 행정 군대’를 걱정하는 눈이 많다는 사실을 군은 알고 있는가.

언제부턴가 별 3개, 4개 다는 군인들이 너무 곱상한 것 같아 나도 걱정이다. 무골(武骨)이 잘 안 보이는 군대가 전쟁을 잘할 수 있을까. 완강한 훈련·위험한 근무를 견뎌낸 군인과 늘 스킨로션 보디로션 바르고 복무하는 군인은 달리 대우해야 한다. 한 예로 근무조건이 열악한 잠수함을 기꺼이 많이 탔던 장교를 지상근무만 한 해군장교보다 우대해야 마땅하다.

윤 일병 사건 같은 군대폭력은 근절해야 하지만 대통령이 그 사건으로 육군총장을 갈아 치우는 것은 군인들을 오도할 우려가 크다. 안보 자립을 지향한다면 ‘사고 없는 군대’만으로는 턱도 없다. 평시에 안전한 군대만 추구하는 군인들이 전시에 피를 흘리는 용맹성을 보이기는 어려울 것이다.

북한의 10배 이상 쓰는 국방비가 아깝지 않을 국군이어야 한다. 자군 이익을 대변하는 군인들에 둘러싸인 대통령이 혼자서 최적의 군 구조, 최적의 예산배분을 판단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대통령은 문민 안보전문가들의 문제의식과 지혜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은 방위산업 비리 등 ‘군사안보 범죄’를 민간 4대악 이상으로 서슬 푸르게 뿌리 뽑는 군 통수권자가 되어야 한다.

영원히 어른이 되지 않는 피터팬 군대라면 정말 대한민국의 수치가 될 것이다. 그런 군대는 국민을 부끄럽게 하기 이전에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태롭게 한다.

배인준 주필 inj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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