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수도 파리에서 남서쪽으로 442km 떨어진 인구 4만5000명의 소도시 앙굴렘. 이곳에서 매년 열리는 세계 최대 만화축제인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엔 전 세계에서 관람객 25만여 명과 기자 800여 명이 방문한다. 올해로 40회째다. 16년 역사를 가진 부천국제만화축제를 찾은 필리프 라보 앙굴렘 시장(50)을 15일 부천 만화축제 현장에서 만났다.
라보 시장은 앙굴렘의 성공을 ‘시민과 만화가의 우정’이라고 불렀다. 그는 앙굴렘에서 태어나 자란 토박이. 그가 열 살 때인 1973년 봄 만화를 좋아하는 시민들이 만화가를 초대해 ‘앙굴렘의 만화살롱’ 행사를 연 것이 페스티벌의 시초다. 라보 시장은 앙굴렘을 찾은 100여 명이 마을 식당이나 커피숍에 모여 담소를 나누던 소규모 행사로 기억했다. 살롱 행사 이야기를 담은 소식지를 만들어 주변에 알리고 출판사도 관심을 가지면서 행사가 점점 커졌다.
“과거 앙굴렘은 종이산업이 발달해 출판인이나 예술가가 많이 모여 산 역사적 배경도 성공 요인입니다. 또 시민들도 손님을 맞이하고 알아가길 좋아해요. 페스티벌이 열리면 앙굴렘 주변 150km 근방까지 숙소가 꽉 차는데, 앙굴렘 시민들은 기꺼이 제 집을 방문자를 위해 개방합니다.”
축제의 성공을 위해선 정부 지원도 중요했다. 1981년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은 당선 이후 앙굴렘을 방문한 인연으로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만화광인 자크 랑 당시 문화부 장관도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라보 시장은 “정부 지원을 받아 앙굴렘에 프랑스 유일의 만화박물관을 세웠고, 박물관이 상징인 동시에 전시 공간 역할을 하자 더 많은 유명 만화가가 모였다”고 설명했다.
페스티벌의 성공을 이어가기 위해선 지방자치단체장도 제대로 뽑아야 한다. 앙굴렘 시민들은 시장 선거 때 페스티벌을 뒤에서 든든하게 지원할 역량이 있는지를 제일 중요하게 본다고 한다. 라보 시장은 어릴 때부터 만화페스티벌을 가까이 보면서 컸고, 중고교 시절 만화대회에 출품한 경력이 있는 만화 팬이다. 그는 “만화페스티벌을 중단할 생각으로 나오는 시장은 절대 당선될 수 없다”며 웃었다.
2008년 시장으로 뽑힌 라보 시장은 부천 같은 해외 만화도시와의 교류에 힘쓰고 있다. 그는 “부천 같은 만화도시들이 다같이 성공할 수 있도록 힘쓸 것”이라며 “대단한 일을 벌인 부천에 박수를 보낸다. 어른들도 많이 찾는 축제로 커가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앙굴렘에서 한국 만화의 활약도 기대했다. 한국은 2003년 주빈국으로 선정됐고, 올해 1월엔 한국만화특별전 행사도 열었다. 라보 시장은 “프랑스 만화 ‘설국열차’를 전 세계에 알린 것은 만화를 영화로 만든 한국이다. 반대로 프랑스 제작자가 앙굴렘에서 만난 한국 만화를 영화로 만들어 세계에 알릴 수 있다. 앙굴렘을 적극적으로 두드려 달라”고 말했다.
한국만화가협회와 여성가족부는 일본군 위안부의 생애를 만화로 제작해 내년 1월 앙굴렘에 출품할 계획이다. 라보 시장은 위안부 만화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도 약속했다. “위안부 역사는 우리가 꼭 알아야만 하는 일입니다. 앙굴렘에서 만화로 위안부 문제를 알린다면 많은 서양인이 알게 될 것입니다. 만화의 목적이 세상을 빛내주는 일인데, 만화로 이 문제를 알려야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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