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최기혁]우리도 화성탐사 준비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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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혁 항공우주연구원 미래융합기술연구실장
최기혁 항공우주연구원 미래융합기술연구실장
2012년 8월 6일 오후 2시 30분경(한국 시간) 드디어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화성탐사로봇 큐리오시티가 화성에 성공적으로 착륙하였다. 이를 통해 미국은 우주기술의 확고한 선두주자임을 전 세계에 과시했고 우주왕복선 퇴역 등 계속 축소되어온 미국의 우주개발은 새로운 발전의 전기를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큐리오시티 탐사로봇의 화성 착륙은 크게 기술적인 면, 과학적인 면 그리고 인류의 화성탐사 측면에서 그 의미를 살펴볼 수 있다.

우선 기술적인 면에서 큐리오시티는 이전의 탐사선에 비해 규모면에서 월등히 크고 정교하며 복잡하다. 2004년 화성 착륙에 성공한 스피릿과 오퍼튜니티는 무게가 170kg으로 골프 카트 정도 크기인데 큐리오시티는 무려 899kg에 달하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정도의 크기이다.

따라서 착륙 방식도 기존의 에어백이나 낙하산, 역추진 방식과 달리 스카이 크레인이라는 전혀 새로운 방식을 사용하였다. 개발비도 25억 달러(약 2조8000억 원)에 달하고 이전의 탐사로봇이 태양전지를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데 비해 플루토늄 238을 연료로 하는 2.7kW급의 원자력전지를 사용하고 있다. 또한 과학 장비도 이전의 탐사로봇 오퍼튜니티와 스피릿이 5kg을 실은 것에 비해 75kg이나 싣고 착륙하는 등 거의 실험실을 통째로 옮겨 놓은 수준이다.

화성탐사의 기본 목적은 화성에서의 과거나 현재 생명체 존재의 흔적을 찾는 것이다. 생명체의 존재를 찾는 것은 생각보다 힘들고 복잡한데 기본적으로 물과 탄소유기물질(영양분)의 존재를 밝혀야 하고 직접적으로는 미생물을 배양하거나 화석을 찾아야 한다.

지난 화성 탐사선들은 화성 표면에 물이 존재하는지에 주력했고 그 결과 물이 땅속에 얼음 형태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큐리오시티는 토양의 탄소유기물질을 찾는 것에 집중할 것이다.

큐리오시티가 활동하게 될 게일 분화구는 35억 년 전에 생성되어 물이 차 있었을 가능성이 크고 화성의 일반적인 붉은 토양과 달리 검은 진흙이 노출되어 유기물질을 찾기에 이상적인 조건을 갖춘 곳으로 알려져 있다.

큐리오시티는 네 가지 기본적인 과학 임무를 수행할 것이다. 우선 화성 표면의 목표지역들에서 정밀조사를 통해 탄소유기물질을 찾고, 로봇이 운행되는 지역 토양의 화학조성, 동위원소 비율과 광물학적인 특성을 조사한다. 또 과거 생명체가 살기에 적합한 환경이었는지를 오랜 시간 동안의 대기, 물과 이산화탄소의 분포와 순환 조사를 통해 조사하고, 화성 표면에서의 우주방사선, 태양에서 날아오는 태양풍 입자(수소핵)의 양과 화성의 대기와 우주방사선이 충돌하여 2차로 생성되는 중성자의 강도를 측정한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2020년대의 유인 달 탐사를 취소하는 대신 2030년대에 화성과 소행성을 탐사하도록 하였다. 이번 큐리오시티의 화성 착륙 성공은 인류 최고의 수수께끼인 외계 생명체의 존재를 밝히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며, 인류의 유인 화성 탐사를 위한 준비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음을 의미한다.

유인 화성 탐사는 2030년대 인류 공동의 거대한 프로젝트로서 미국이 혼자 감당할 수 없는 규모일 것이다. 세계 10대 경제 대국인 우리나라도 초대받을 것이 분명하다. 국제 공동 유인 화성 탐사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은 한국의 위상을 높이고 과학기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국제 공동 유인 화성 탐사에 참여하기 위해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는 한편 인력을 양성하고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며 차근차근 준비를 해나가야 할 것이다.

최기혁 항공우주연구원 미래융합기술연구실장
#시론#최기혁#큐리오시티#화성#우주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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