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올림픽 기업들도 뛴다] 김경아 “깎고 때리고…中 핑퐁장성 허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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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24일 07시 00분


2004아테네, 2008베이징에 이어 3번째 올림픽 무대에 서는 김경아가 2012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에 도전한다. 상대 공격을 
막아내 지치게 하는 커트가 주 특기인 김경아는 공격력을 보강해 다양한 작전 구사가 가능해졌다. 스포츠동아 DB
2004아테네, 2008베이징에 이어 3번째 올림픽 무대에 서는 김경아가 2012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에 도전한다. 상대 공격을 막아내 지치게 하는 커트가 주 특기인 김경아는 공격력을 보강해 다양한 작전 구사가 가능해졌다. 스포츠동아 DB
한국탁구 맏언니의 골드 야망

깎신의 진화…장기 커트에 공격기술도 무장
최근 국제대회 여자 단식 3차례 우승 상승세
4강전서 만날 중국선수 2명에 자신감도 호재


한국 여자탁구 맏언니 김경아(35·대한항공)가 28일(한국시간) 개막하는 2012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에 도전한다.

한국은 탁구가 처음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1988년 서울대회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를 획득했다. 전성기였다. 하지만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다. 금메달은 2004년 아테네대회 남자단식 유승민이 마지막이었다. 고비 때마다 늘 중국의 높은 벽에 가로막혔다.

그러나 탁구 전문가들은 이번만큼은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 남녀 각 3명씩 출전한다. 여자부는 김경아 이외에 석하정(31·대한항공)과 박미영(31·삼성생명), 남자부는 오상은(35·대우증권)과 주세혁(32), 유승민(30·이상 삼성생명)이 대회 개막을 기다리고 있다. 부상 등 변수가 발생했을 때 교체할 수 있는 P카드(예비선수)로는 남자 김민석(20·KT&G)과 여자 당예서(31·대한항공)가 뽑혔다. 런던올림픽 탁구에는 남녀 단식과 남녀 단체전 등 4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김경아는 여자단식에서 중국의 독주를 저지할 강력한 후보로 꼽힌다.

○나의 전성기는 이제부터

‘늦깎이.’

김경아 앞에 자주 붙는 수식어다. 서른다섯의 나이에 3번째 올림픽 도전이니 이렇게 불리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김경아는 스물여섯이던 2003년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다. 훈련 파트너 출신이다. 그가 막 성인무대에 데뷔했을 때는 이은실, 석은미, 김무교, 류지혜 등 수비전형을 잘 다루는 선수들이 즐비했다. 김경아는 쟁쟁한 선배들 틈에서 빛을 보지 못했다. 정식 대표팀 선수가 아닌 상비군 소속의 훈련 파트너로 태릉에 드나들었다.

김경아는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한 뒤 은퇴까지 결심했다. 20대 중반까지 대표에 발탁되지 못하면 은퇴하는 게 당연히 여겨지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행운이 찾아왔다. 아시안게임 대표팀 선수들 대신 나간 일본오픈 여자단식에서 덜컥 우승을 차지했다. 세계랭킹이 급상승하며 2004년 아테네올림픽 자동 출전권을 거머쥐었다. 김경아는 그렇게 생애 첫 올림픽에 나서 여자단식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 번 시작된 올림픽과 인연은 이후로도 계속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선수생활에 중대 위기를 맞기도 했다. 2003년 그가 몸담고 있던 실업팀 현대백화점이 갑자기 해체됐다.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팀이 재창단되느냐 마느냐를 두고 힘겨운 줄다리기가 이어졌다. 도통 훈련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결국 재창단은 없던 일이 됐다. 김경아는 대한항공의 러브콜을 받고 팀을 옮겼다. 여자탁구 최고 명문인 대한항공에서 체계적인 지원과 훈련을 받으며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천적은 없다

김경아는 최근 국제대회 여자단식에서 3차례 정상에 오르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대진운도 좋다. 과거 올림픽 단식은 나라별로 3명까지 출전이 가능했지만 중국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이번 대회부터는 2명으로 제한됐다. 김경아는 세계랭킹 5위로 3번 시드를 받았다. 1,2번 시드인 중국 딩닝(1위)과 리샤오샤(3위)를 준결승 이전까지는 피할 수 있다. 준결승에서 리샤오샤나 딩닝과 맞붙어도 승산이 있다. 김경아는 다른 중국선수들에 비해 리샤오샤, 딩닝과의 상대전적이 좋은 편이다. 리샤오샤와는 4승7패, 딩닝과는 7승4패다. 리샤오샤와 딩닝 입장에서도 김경아가 마냥 편한 상대일 수가 없다. 김경아는 “리샤오샤와 딩닝이 나를 만만하게만 볼 수는 없을 것이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경험은 나의 힘

김경아는 중국의 벽을 넘기 위해 최근 과감한 변신을 시도했다. 그의 별명은 ‘깎신’이다. 주 특기인 커트로 상대의 끈질긴 공격을 막아내 지치게 하는 전술을 구사해 왔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2% 부족했다. 수비 사이에 날카로운 공격을 가미했다.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무게중심부터 바꿔야 했다. 수비전형 여자선수는 무게중심이 엉덩이에 있다. 공격할 때는 무게중심을 앞으로 이동해야 한다. 또 공격을 시도한 뒤 상대 반격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몸놀림이 빨라야 한다. 민첩성 훈련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김경아의 변신으로 다양한 작전구사가 가능해졌다. 여자대표팀 현정화 총감독은 “공격 횟수가 3배 이상 많아졌다. 예전에는 상대 공격을 커트로 막아내며 지구전으로 가는 작전 하나였지만 이제는 여러 작전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김경아의 또 다른 강점은 풍부한 경험이다. 리샤오샤와 딩닝은 올림픽이 첫 출전이지만 김경아는 벌써 3번째다. 노련함이 최대 강점이다. 김경아는 “내가 공격을 시도하고 상대가 반격을 했을 때 빠르게 대처하지 못하면 공격을 안 하느니만 못하다. 미리 판단할 수 있다면 그만큼 대처하기 쉽다. 오랜 경험이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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