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마흔, 부모와 작별할 준비를 하는 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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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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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 않는다는 말 /김연수 지음/298쪽·1만2000원·마음의숲

소설가 김연수 씨. 마음의 숲 제공
소설가 김연수 씨. 마음의 숲 제공
에세이는 자유로운 ‘글맛’을 느낄 수 있어 매력적이다. 김연수의 이번 산문집을 읽다 보면 그가 천생 글쟁이란 느낌이 든다. 맛깔스러운 글도 글이지만, 그의 엉뚱함 때문이다. 남들이 쉽게 지나치는 일상 속에서 의미를 끄집어내는 작가의 비범함이기도 하다.

이를테면 그가 커피숍에서 한 단상의 초입은 이렇다. ‘내가 사는 동네(경기 고양시 일산동구)를 중심으로 오랫동안 관찰한 바에 따르면, 2011년 뜨거운 아메리카노 한 잔 가격 3500원을 중심으로 손님들의 연령대가 나눠진다….’ 그의 생각을 압축하자면, 3500원이 넘으면 40대 이상 남성들이 비싸다고 생각해 찾지 않는 반면 젊은 여성들이 자리를 메운다는 것. 은연중에 커피숍들은 높은 커피 값 외에도 가게 전체를 금연석으로 정하거나 클래식 음악을 틀어 중년 아저씨의 출입을 막고, ‘물 관리’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발견에 키득대던 김연수는 문득 자신도 마흔이 넘은 사실을 깨닫는다. 그래서 ‘나이 차별’은 없어져야 한다고 분연히 주창한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는 할아버지, 리스본에서 에스프레소를 마시던 백발 할머니까지 끌어들인 그는 “오래 산 사람과 덜 산 사람이 서로 뒤엉켜 살아갔으면 좋겠다”고 외친다.

일곱 권의 장편소설과 네 권의 소설집을 내며 문단에서 성실한 작가 대열의 선두에 섰던 김연수. 이번 책에선 특히 마흔과 나이 듦에 관한 여러 단상이 눈에 띈다. 2009년 마흔 살을 맞은 김연수는 ‘마흔’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마흔 살이 된다는 건 우리의 부모 세대가 돌아가시는 연배로 접어들었다는 뜻이다. 평생 철들지 않고 애처럼 살 것 같았는데 이제 우리 또래는 하나둘 고아들이 되어 갈 것이다. 어떤 고아들도 철부지로 살지는 못한다.’

성장기 추억, 가벼운 여행담이나 문단 얘기가 대부분이지만 진지한 고민도 적지 않다. ‘장난꾸러기 작가’가 묵직해지는 모습이 살짝 아쉬울 수도 있겠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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