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추정림]외국인들이 안심하고 택시 이용할 수 있게 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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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서울에서 외국인에게 홈스테이를 제공하는 67세의 호스트입니다. 서울시에서 홈스테이 가정을 모집한다기에 무기력하게 노년을 보내고 싶지 않아 도전했다 선정됐습니다. 막상 시작하니 넘쳐나는 관광객 덕분에 쉴 틈이 없을 정도입니다.

한류 바람을 타고 케이팝 스타를 보러 오는 젊은이들을 보면서 함께 흥분합니다. 예쁜 얼굴을 더욱 예쁘게 하고자 찾아 온 모녀도 있었습니다. 한국을 정말 좋아해 한글을 배우고자 하는 외국의 젊은이들을 보며 대견해 하기도 하고, 한국에서 일을 하는 자녀를 찾아온 부모들과 가족이 함께하는 행복한 모습들을 보며 함께 행복해지기도 합니다. 어릴 적 프랑스에 입양된 젊은이가 아름다운 프랑스인 아내와 귀여운 어린 아들을 데리고 자신의 뿌리를 찾아온 모습에 아픈 마음이 들기도 했지요.

외국인들에게 한국이 다시 찾고 싶은 나라가 될 수 있도록 저는 호스트로서 최선을 다하고자 합니다. 그런데 가끔 곤란한 일이 생기기도 합니다. 외국인들은 쇼핑을 많이 하기 때문에 돌아갈 때 가방이 무겁습니다. 택시를 부르면 택시가 잠시 섰다가도 가방을 보고는 그냥 가 버리더라고요. 몇 번이나 난처한 일이 생긴 뒤에 기사식당에 찾아가 문의해 봤습니다. 택시 운전을 하는 젊은이가 부족하다 보니 대부분 나이 많은 사람이 운전을 하는 데다, 무거운 짐을 들어주다가 자칫 잘못해 허리를 다쳐도 회사에서는 책임을 지지 않기에 어쩔 수 없다는 대답이었습니다. 월급이 적으니 때로는 말이 통하지 않는 외국인에게 어쩔 수 없이 바가지요금을 받는 일도 있다고 하더군요.

독자 여러분도 이런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낯선 외국에서 처음 만나는 상대가 택시 운전사인데 불친절이나 불이익을 당하면 그 나라에 큰 불쾌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감히 요청하고 싶습니다. 운전사들에 대한 대우를 개선해서 외국인들이 안심하고 택시를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합니다.

아! 최근에 새로운 일이 있었습니다. 저희 게스트하우스에 묵던 한 젊은 중국인 손님이 밤늦게 길을 잃었는데, 택시 노조 파업일이라 택시를 찾을 수 없어 헤맸다고 합니다. 게스트하우스를 찾아주겠다며 친절하게 차를 태워 준 사람은 30여 분 돌아다니다 집 근처에 내려주고 16만 원을 받아갔다고 했습니다. 길을 잃고 헤매는 외국 관광객을 상대하는 새로운 사기가 아닌지 의심돼서, 제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이 얘기는 단순히 개인적인 경험이나 생각이라기보다 대한민국의 국위가 달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추정림 서울 강남구 일원동
#독자 편지#추정림#외국인#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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