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장준영]한국과 손잡는 미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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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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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영 한국외대 동남아연구소 책임연구원
장준영 한국외대 동남아연구소 책임연구원
첩보작전을 방불케 한 이명박 대통령의 미얀마 방문이었다. 대한민국 국민도 예상치 못한 이 대통령의 ‘깜짝’ 방문은 그동안 소원했던 양국 관계를 고려할 때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신변 보장을 이유로 방문일정을 비밀리에 부쳤다고 하지만 미국과 유럽연합이 여전히 미얀마를 제재하고 있기에 이에 대한 우리의 외교적 부담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어쨌든 주사위는 던져졌다.

이 대통령의 방문으로 미얀마와 한국은 함께 앞으로 나아갈 의미 있는 동반자가 됐다. 중국 종속 구도의 탈피가 미얀마의 개혁개방을 추동한 원인 중 하나일 정도로 미얀마는 정치적 목적이 없는 새로운 지지자를 필요로 했다. 여전히 군부가 정치 사회의 주역인 미얀마의 국가 발전 전략은 한국의 산업화 경험에서만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미국 중국 인도같이 동아시아 패권을 장악하기 위해 자국을 볼모로 잡으려는 불순한 의도는 한국엔 없어 보이고, ‘한국인 따라잡기’가 일상화된 미얀마의 한국사랑은 추가의 외교적 자원을 투입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한다. 오매불망 미얀마의 ‘한국바라기’는 이제 ‘한국 배우기’라는 새로운 궤도에 진입했다.

1, 2일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의 방문에 빗대어 볼 때 이 대통령의 방문 성과는 보다 본질적이고 실용적이며, 무엇보다도 한국의 변화한 대(對)미얀마 시각이 십분 반영됐다는 측면에서 유의미하다. 한국의 개발경험을 적극 전수하고 공적개발원조(ODA) 금액을 최대 4배까지 확대하는 등 경제분야 지원이 가시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얀마뿐만 아니라 배후 25억 거대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함으로써 산업기지 이전을 검토하는 우리 기업인의 고민을 다소 덜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풍부한 부존자원과 양질의 인적자원을 활용할 기회도 보장되며, 우리가 당면한 에너지 안보문제 해결에도 미얀마가 도움을 줄 것이다.

또 이 대통령은 실질적인 민주화 지도자이자 국민적 영웅인 아웅산 수치 여사를 면담함으로써 국가 대 국가로서 외교적 실리만을 추구하기 위해 방문을 추진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했다. 수치 여사는 미얀마 국민들의 의식 속에 뿌리박힌 군부에 대한 두려움을 불식하고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와 이념을 확신시키는 선봉장이어서 산업화와 함께 민주화의 중요성을 역설한 대목에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여전히 서방세계의 입장을 고려해야만 하는 우리의 현실은 두 인사의 만남으로 우려의 시각을 완전히 반전시켰다.

이 대통령의 방문이 가치 있는 또 다른 이유는 북한문제의 해법을 간접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이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미얀마는 북한과 함께 가장 폐쇄적이고 탄압적인 국가로 분류됐지만 스스로 팔을 걷어붙이고 변화의 시대를 창조하는 미얀마에 대해 국제사회도 찬사와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즉, 북한도 미얀마와 같은 길을 걷게 되면 우리도 언제든지 미래의 청사진을 함께 그릴 수 있다는 암묵적 시위를 미얀마에서 한 것이다. 2000년대 초 미얀마가 북한과 러시아의 도움을 얻어 핵개발을 시도했던 과거의 행적은 일시적인 무력시위일 뿐 국제사회의 유화적 태도 변화를 유인할 해법이 아니라는 교훈을 준다. 북한과 무기 거래를 하지 않겠다는 테인 세인 대통령의 선언은 평화적 발전전략이 최선책이라는 미얀마 군부와 정치인의 전향적 사고가 집약된 반향이며, 외부로 향하는 공명의 대상이 될 것이다.

건설적 양자관계의 물꼬를 튼 이 대통령의 미얀마 방문을 환영하며, 이번 방문 이후 양국의 본격적인 교류와 협력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졌으면 한다. 북한에 주는 교훈을 멈추지 않기 위해서라도 양국 관계의 발전은 반드시 필요하다.

장준영 한국외대 동남아연구소 책임연구원
#시론#장준영#미얀마#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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