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나 이제는 친절한 병현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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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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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현, 넥센 입단 회견

미국과 일본 프로야구를 거쳐 국내로 돌아온 ‘핵잠수함’ 김병현이 20일 인천 하얏트리젠시 호텔에서 넥센 모자를 쓰며 감회어린 표정을 짓고 있다. 인천=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미국과 일본 프로야구를 거쳐 국내로 돌아온 ‘핵잠수함’ 김병현이 20일 인천 하얏트리젠시 호텔에서 넥센 모자를 쓰며 감회어린 표정을 짓고 있다. 인천=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혈기왕성했던 20대 초반의 김병현(33)은 언론과 불편한 관계였다. 애리조나의 월드시리즈 우승에 공헌한 2001년. 그는 시즌이 끝난 뒤 모교인 광주 무등중을 방문하려다 기자들의 카메라를 발견하고는 줄행랑을 쳤다. ‘대인기피증’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은 것도 이즈음이다.

그랬던 그가 ‘친절한 병현 씨’가 됐다. 18일 넥센 입단에 합의한 그는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떠나 2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그런데 예정보다 1시간 이상 빨리 비행기가 착륙하면서 많은 카메라 기자들이 그가 도착하는 모습을 찍지 못했다. 김병현은 이미 기자회견이 예정된 인천 하얏트리젠시 호텔로 이동한 상태였다.

당황한 카메라 기자들은 넥센 관계자에게 “김병현을 다시 공항으로 불러줄 수 없겠느냐”고 요청했다. 호텔에서 아침식사를 주문하려던 김병현이 흔쾌히 공항으로 돌아왔다. 그러곤 공항 입국장에서 미소를 머금은 채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김병현은 기자회견장에서 “저 이상한 놈 아니에요”라며 농담을 던졌다. 과거의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그는 2003년 보스턴 시절 자신에게 야유를 퍼붓는 홈 관중에게 중지를 치켜들어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김병현을 옆에서 지켜본 동료 선수들과 지인들의 말은 한결같다. 예의 바르고 의리 있고 남자다운 성격의 소유자라는 것이다. 이날도 그는 솔직한 속내를 밝혔다.

김병현은 “나에 대한 잘못된 편견과 오해가 있는데 넥센도 마찬가지더라”고 했다. “성균관대 2학년 때 미국 프로야구에 진출해 갑자기 유명해졌다. 적응기간이 필요했는데 그러지 못해 안 좋은 이미지가 생긴 것 같다. 넥센도 그랬다. 선수를 돈으로만 생각하고 연봉을 제때 지급하지 않는다고 들었다. 심지어 주차장에서 연습시킨다는 말까지 들렸다. 하지만 넥센 이장석 대표를 직접 만난 뒤 오해가 풀렸다.”

김병현은 한국에 돌아올 생각이 없었다고 한 이유에 대해 “내 몸 상태가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지난해 일본 라쿠텐에서 공을 던지면서 자신의 몸이 예전처럼 돌아오고 있음을 느꼈고 복귀를 결심했다고 한다. “원래 미국이 1순위였다. 그런데 미국에 있는 동안 너무 허전했고 옛날 같은 긴장감도 없었다. 한국에서 야구를 즐기면서 공을 던지고 싶었다. 한국에 오겠다고 하자 아내와 부모님이 기뻐했다. 소중한 가족이 좋아하니 나 역시 기분이 좋았다. 이제부터는 다 잘될 것 같다.”

국내 무대에 서게 된 김병현이 올해도 카메라를 피해 다닐까. 그는 “야구를 못한다면 언론을 피해 다녀야 한다. 하지만 잘한다면 그런 일은 없을 것 같다”며 웃었다. 김병현다운 답변이었다.

인천=조동주 기자 dj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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