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323>是故로 暴君汚吏는…

  • 동아일보

등나라 문공의 신하 畢戰(필전)이 정전법에 대해 물으러 오자, 맹자는 정전법의 근본정신이 토지의 경계 다스림을 바르게 함에 있다고 力說했다. 經界란, 주자(주희)에 따르면, 땅을 다스리고 토지를 나누어서 도랑과 길을 내고 둑을 만들고 나무를 심어 경계를 구획함을 말한다. 맹자는 경계 다스림이 바르게 되면 백성들을 위한 토지 분배와 신하들을 위한 곡록 제정이 전혀 어렵지 않게 된다고 강조했다.

暴君은 仁政을 베풀지 않는 탐욕스러운 군주를 말한다. ‘폭군’이라고도 읽고 ‘포군’이라고도 읽는다. 汚吏는 욕심 많은 더러운 관리를 말한다. 貪官汚吏(탐관오리)라는 숙어가 있다. 慢은 漫과 같다. 멋대로 하여 속이고 조금이라도 많이 취하려고 하는 것을 말한다. 법률을 제멋대로 적용하여 백성들을 착취하는 것을 舞文弄法(무문농법)이라고 한다. 分田은 정전법의 원리에 따라 토지를 균분하여 백성에게 나누어주는 것을 말한다. 制祿은 穀祿(곡록, 봉급)을 제정해서 신하들에게 급여하는 것을 말한다. 可坐而定也는 앉아 있으면서 정할 수가 있을 만큼 일을 실행하기가 무척 쉽다는 뜻이다.

고려 공양왕 원년(1389년) 8월에 당시 대사헌으로 있었던 趙浚(조준)은 다른 여러 사람과 함께 疏(소)를 올려 ‘私田은 私門에만 이익이 되고 나라에는 이익이 없으며 公田은 국가에 이익이 되고 백성에게도 매우 편합니다’라고 전제한 후 ‘국가를 가진 이는 마땅히 經界 다스림을 仁政의 시초로 삼아야 하거늘 兼倂(겸병)의 문을 열어서 백성을 塗炭(도탄)에 빠지게 해서야 되겠습니까. 田地는 본래 사람을 기르기 위한 것인데 사람을 해치는 데 알맞게 되었으니 사전의 폐해가 이 지경으로 극도에 달했습니다’라고 주장했다. 조준 등 신흥 사대부 계층은 정전법을 시행할 수 있다고 보지는 않았다. ‘經界 다스림이 仁政의 시작’이라는 맹자의 논리를 전거로 삼아 당시의 실정에 맞는 토지개혁을 구상했던 것이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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