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대로 도시 살면 질병에 강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10일 11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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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면서 감기 등 호흡기 질환에 걸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특히 여러 사람이 모여서 생활하는 대도시에선 이 같은 질병이 더 빠르고 넓게 확산된다.

시골에 비해 도시에선 전염병을 포함해 각종 질병에 노출될 위험성이 더 크다. 그런데 수 천 년 전 고대 도시에 살던 사람들의 후손의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연구진이 고대에 도시가 존재했거나 도시가 거의 발달하지 않았던 세계 17지역 주민의 DNA를 검사해 이 같은 결과를 얻어냈다고 과학전문지 내셔널지오그래픽이 8일 보도했다.

연구진은 인구가 밀집된 도시에 살면 질병과 접촉할 기회가 많다는 점에 착안했다. 고대 도시인 역시 낙후된 다른 지역 주민에 비해 전염병에 자주 걸렸을 것으로 추정한 것이다.

이를 근거로 연구진은 진화론적으로 볼 때 '이들의 후손은 시간이 지나면서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강해졌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전염병에 걸렸어도 이를 극복하고 생존한 사람들이 자손을 낳으면 이들 후손의 몸에는 내성 유전자가 자연스레 생성됐을 것이란 설명이다.

연구진은 각기 다른 지역 주민들의 DNA를 검사한 결과 결핵에 대한 저항력과 관련된 유전자에서 차이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유전자는 결핵 이외에도 한센병, 리슈만편모충증, 가와사키병 등 여러 질환에 저항력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8000년 전부터 도시가 발생했던 터키 북부 아나트리아 지역의 주민 DNA에선 결핵 내성 유전자가 상대적으로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스칸디나비아 북부와 아프리카 말라위 등 도시 역사가 짧은 지역의 주민들은 이 같은 유전자를 보유한 경우가 적었다.

연구진은 "이번 통계 자료가 가설을 뒷받침한다"며 "이처럼 뚜렷한 결과가 나오리라고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생물의 진화는 상당히 오랜 시간에 걸쳐 진행되기 때문에 이번 연구처럼 명확한 결과가 나온 것에 놀라움을 나타냈다.

그러나 일부 과학자들은 이번 결과에 대해 반론을 제기했다. 도시 발달 여부와 상관없이 애초부터 내성 유전자가 존재했을 가능성이나 과도하게 발달한 내성 유전자의 면역 과잉반응 같은 부분을 연구진이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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