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데뷔시절]임현식, 감초연기 33년 으뜸은 '순돌아빠'

입력 2001-10-17 18:24수정 2009-09-19 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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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장으로 유명한 전라북도 순창 촌놈인 나는 어린 시절 존 웨인 등 명배우들이 출연하는 서부영화를 보며 배우를 꿈꿨다. 광주 사레지오고교 시절 나는 연극반에 들어갔다. 고 3때 세익스피어 원작의 ‘베니스의 상인’에서 샤일록 역을 맡아 긴 수염을 붙인 채 잔인한 유대인 연기를 했다. 당시 연극이 끝나고 우뢰와 같은 박수 받았을 때의 기쁨은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1963년 한양대 연극영화과에 입학한 후 극단 ‘광장’에 연구생으로 들어가 기본기를 닦은 나는 69년 개국한 MBC 공채 탤런트 1기 시험에 응시했다. 그 당시 탤런트는 29명을 뽑는데 5000여명이 몰려들었을 정도로 선망의 대상이었다.

서류 심사, 카메라 테스트, 면접 등 치열한 경쟁을 거쳐 합격한 뒤 연기자의 길에 접어들었지만 초년병 시절이 탄탄대로였던 것만은 아니었다. 탤런트가 된 뒤 몇년동안 내가 맡은 역할은 행인이나 포졸 등 단역이었다. 수입이 적어 생계가 막막할 지경뿐이었다. 다 때려치우고 포장마차나 해볼까 고민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78년 드디어 기회가 찾아왔다. ‘당신’이라는 드라마에서 탤런트 김수미와 부부로 출연해 좌충우돌하는 연기로 주목을 받은 것이다. 이어 ‘암행어사’에서 이정길을 모시는 포교 갑봉이 역을 맡으며 ‘코미디언보다 더 웃기는 탤런트’로 인정받게 됐다.

가장 기억에 남는 드라마는 ‘한 지붕 세 가족’이다. 가전제품 수리공으로 등장해 집안에서는 큰소리치면서도 밖에 나가면 실수를 연발하는 소시민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순돌이 아빠’라는 별명을 얻었다.

올해로 33년째 연기 생활을 하고 있는 나는 변변한 주연 한번 맡은 적이 없다. 그래도 ‘약방의 감초’ 같은 조연이 더 좋다. 신성일 같이 멋지고 폼 나는 스타보다 빈틈이 많지만 정많은 ‘순돌이 아빠’로 오래도록 팬들의 뇌리에 기억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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