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리포트]수도권 기습폭우 310mm 원인과 특징

  • 입력 2001년 7월 16일 01시 01분


15일 서울 경기 강원 영서지방을 강타한 집중호우는 일부 지방에 극히 좁고 두꺼운 비구름대를 형성해 출몰한 전형적인 국지성 집중호우로 풀이된다. 특히 서울은 올 상반기의 총 강수량을 훌쩍 넘길 만큼 많은 비가 내렸다.

▽왜 생겼나〓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북쪽의 찬 오호츠크 고기압과 만나 장마전선을 형성해 간헐적인 비를 뿌리는 것이 일반적인 여름철 호우의 양상.

하지만 15일에는 중국 대륙의 차가운 고기압과 한반도 중부지방을 서에서 동으로 질러가는 제트기류가 국지성 호우를 부추겼다. 북상하던 장마전선이 찬 대륙고기압에 가로막혀 중부지방에 정체하면서 급격히 물방울을 응결시켰다. 거대한 3개의 고기압 한가운데 끼인 중부지방이 대기의 수렴지역이 되면서 수증기가 대거 밀려들어온 것이다.

게다가 한반도를 가로지르는 제트기류가 수증기의 이동 통로를 만들어 남중국해로부터 풍부한 양의 수증기가 유입된 것도 많은 비를 뿌린 원인이 됐다.

▽얼마나 왔나〓14일 밤부터 15일까지 서울에 내린 비는 310.1㎜. 올 상반기(1∼6월)에 내린 총 강수량인 289.4㎜를 능가하는 비가 24시간에 내린 셈이다.

특히 15일 오전 2시10분부터 1시간 동안 99.5㎜의 비가 퍼붓는 등 0시부터 오전 4시까지 시간당 30㎜ 이상의 폭우가 집중적으로 쏟아졌다. 기상청은 통상 시간당 30㎜ 이상의 비를 집중호우로 분류한다. 이 경우 배수로가 처리할 수 있는 용량이 부족해 침수사태가 일어나기 마련이다.

▽지역적 편차 커〓같은 서울시내에서도 강수량의 차이가 최고 80㎜가량 차이가 날 만큼 지형적 영향을 많이 받았다.

기상청 무인관측소 자료에 의하면 15일 오후 10시 현재 서울 중랑구(350.5㎜)와 노원구(333.0㎜)에 상대적으로 많은 비가 내렸고 성북구(169.5㎜) 송파구(239.5㎜) 등은 서울지역 평균 강수량을 밑돌았다. 경기 지역 가운데서도 광릉(341.0㎜) 가평군 현리(381.5㎜) 등 북동부지역이 고양(185.5㎜) 문산(116.9㎜)보다 강수량이 월등히 많았다.

이는 수증기가 이동하는 통로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북한산과 아차산 사이에 위치한 중랑 도봉 노원구 등은 대기의 이동 통로가 돼 비구름이 모여든다”고 말했다. 경기 지역도 북한강변을 따라 대기가 이동하므로 이 지역에 많은 비가 내릴 확률이 높다는 것.

기상청 관계자는 “광범위한 장마전선에 의한 비보다 좁은 지역에 비구름이 형성될 경우 지형적 영향을 크게 받는다”며 “16일 남부지방에 지형에 따른 집중호우가 예상되므로 산악지역의 골짜기 주민들은 특히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준석기자>kjs35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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