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뉴스]'계란+우유+라면=1000원'…자취생들의 애환

  • 입력 2001년 4월 13일 10시 22분


"타향살이의 고충이요? 첫번째가 외로움이죠."

지방학생들은 타향살이의 가장 힘든 점에 대해 십중팔구 '외로움'이라고 대답한다. 낮에 모처럼 쉬려고 집에 일찍 들어왔을 때의 그 적막함, 또는 몸이 아프거나 기분이 울적할 때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그 서러움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고 입을 모은다.


            유뉴스 제공

"보통 1년에 한 번씩은 이사를 하게 되는데 이사할 때마다 그동안의 추억이 없어지는 것 같은 허무함도 빼놓을 수 없죠."

부산이 고향인 양경재(한양대·관광 4)군은 타향살이의 고충을 덧붙인다. 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하는 방랑자같은 생활을 두고 하는 말이다.

게다가 양 군은 1, 2학년 때는 모아서 스크랩까지 해두던 편지들을 번거로움 때문에 이제는 버린다고 한다.

▼계란 3개+우유+라면=1000원▼

끼니를 제 때 못챙겨 먹는 것도 '타향살이의 설움'에 보태진다. 김찬욱(한양대·경영학부 2)군은 혼자 있을 때 외에도 '가끔 밥 못 먹을 때' 설움을 느낀다고 말한다.

집에서 통학하는 학생들도 그렇지만 지방학생들은 특히 끼니를 거를 때가 많다. 대학 생활이 규칙적이지도 않은데다 다달이 나가는 '방값+생활비+α’가 부담스러워 돈이 없을 땐 영락없이 굶어야 하는 신세인 것이다.

양 군은 "하숙의 장점이 그나마 고향집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건데 주인 아주머니 마음이 좋지 않으면 밥 얻어먹기도 힘들어요. 솔직히 술 먹으며 밤새는 날이 하루 이틀이 아닌데 아침 8시에 일어나기가 쉽지 않잖아요"라고 말한다.

1년 넘게 자취생활을 하고 있는 정다은(한양대·도시 2)군은 "월말이 되면 돈이 다 떨어져서 딱 1000원이 남을 때가 있어요. 그럴 땐 어디 나가지도 못하죠. 버스 왕복 차비만 1200원이니까. 그러면 100원짜리 계란 3개에 300원짜리 우유 하나, 그리고 400원짜리 라면을 사서 최대한 버티는 거예요. 비참하죠"라며 고충을 얘기한다.

"부모님들도 이런 생활을 대충은 아시니까 많이 걱정하시죠. 그렇다고 다 큰 놈이 언제까지 집에 손 벌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집안사정 안좋은 거 뻔히 아는데…"

상황이 이런 탓에 점점 많은 학생들이 아르바이트를 찾는다. 정 군은 과외로 한 달에 35만원을 벌어 방값을 제외한 생활비를 충당한다.

양 군도 금요일은 수업을 빼고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인천 신공항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방값을 포함한 모든 생활비를 빠듯하게나마 충당한다.

양 군은 "제가 군대 가기 전까지만 해도 30% 정도의 학생들만 아르바이트를 했던 것 같은데 요즘은 아르바이트하는 학생이 50%가 넘는 것 같아요"라며 몇 년 간의 변화를 지적한다.

▼갑작스런 사고? 돈 문제가 제일 걱정▼

지방학생들에게 갑작스런 사고는 '당황스러움'보다는 '걱정'을 낳는다. 모든 것이 경제적 부담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양 군은 "언젠가 깨진 병조각에 발이 찢어져 병원 신세를 진 적이 있었는데 병원비 생각에 아찔하더라구요. 다행히 제 사정을 아는 친구들이 돈을 모아 도와주더라구요"라며 경제적 부담에 관한 에피소드를 얘기한다.

지방학생들의 상황이 이렇게들 비슷하다보니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끼리끼리 뭉치는 습성(?)이 있다.

특히 아플 때나 갑작스런 사고를 당했을 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사람이 같은 처지의 친구들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이들은 농구, 게임 등 취미를 같이 즐기는 것부터 시험 준비, 미팅 등을 같이 하기도 한다.

"근데 요즘은 이런 재미도 없는 것 같아요. 일단 저부터도 취직하려면 자격증 하나라도 더 따야하니까 함께 놀기보단 제 공부에 신경을 쓰게 되더라구요."

요즘 하숙문화를 보는 양 군의 안타까운 마음이다.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학생들도 그리 좋은 것만은 아니다.

'자정 통금' 등의 제약에서부터 부실한 식단, 결코 싸지 않은 기숙사비 등이 그 원인이다.

이상준(한양대·독문 3)군은 자유로운 점 때문에 기숙사를 기피한다. 최기섭(한양대·유럽어문학부1)군도 비슷한 이유에서 일부러 하숙을 택했다고 한다.

한 학기동안 기숙사 생활을 했다는 양 군은 "아무래도 생활적인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죠. 물론 규칙적인 생활을 하게 되니까 그게 오히려 장점일 수도 있구요"라며 기숙사의 생활을 얘기한다.

이렇듯 우리 주위의 지방학생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부담감 말고도 경제적 부담, 생활적 제약 등으로 골머리를 썩는다. (유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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