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숲]전북 완주군 구이면 두현리 두방마을

  • 입력 2001년 1월 26일 18시 50분


지난해 10월의 끝자락에 심사단은 지리산이 병풍처럼 둘러싸인 남원의 국도를 달려 전북 완주군 구이면으로 들어섰다.



▶완주군유림이 두방마을을 감싸안 듯 둘러싸고 있다

구이면 언덕길을 넘어서니 옹기종기 모여있는 전형적인 시골마을이 보이고 마을을 감싸 안듯이 온데 흩어져 있는 단풍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여러곳의 마을 숲을 다녀본 경력(?)때문인지 멀리에서 이곳을 보자마자 느낌으로 두방마을이겠다 싶었는데 역시 맞았다.

아름다운 마을숲의 전형답게 이곳 마을 입구에 보기좋게 숲이 펼쳐져 있었다.

그런데 옥에 티라고나 할까? 새로 도로를 내기 위해 마을 숲 바로 옆으로 콘크리트 구조물 공사가 진행되고 있어 마을숲의 미관을 흐리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이 숲에서 한가롭게 이야기하며 나무를 둘러보고 있다

두방마을 숲은 전주시내에서 불과 20분정도의 거리에 위치한 완주군유림. 이곳은 전주 시민들이 가장 즐겨찾는다는 모악산을 뒤로 하고 있어 운치를 더하고 또 시내에서 가까워 전주의 자랑인 대사습놀이등의 연습장소로 이용돼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나이가 지긋하신 마을 이장님은 이곳에는 65가구에 총 287명이 살고 있으며 시내에서 가까워 젊은이들이 많이 산다며 은근슬쩍 자랑섞인 말씀을 하셨다.

두방마을 숲 바로 옆에는 역시나 전형적인 마을숲답게 개천이 흐르고 있었다. 이 숲은 마을이 형성된 약 1500년전부터 있었다는 게 이곳 이장님의 설명.



▶80본의 나무들이 하늘을 찌르 듯 시원하게 쭉쭉 뻗어 있다

이장님의 '옛날 얘기'를 들으며 숲 안쪽으로 들어서니 느티나무, 이팝나무, 떡갈나무, 상수리무 등의 참나무류가 보이기 시작했다. 5500평의 군유림에 나무의 높이가 10m에서 30m 까지 다양한 나무들이 80본 정도가 꽉 들어차 있어 그 풍성함을 더하고 있었다.

또 지금까지 필자가 본 것 중에서 흉고둘레(사람이 섰을때 가슴높이의 나무둘레)가 가장 커보이는 팽나무들이 안정된 모습으로 자리잡아 숲의 역사를 말해주고 있었다.

이 팽나무는 오래전 마을의 당산목(마을의 수호목)으로 심겨진 것이 아닌가 싶었다. 1000여년까지도 산다는 팽나무는 전국에 보호되고 있는 노거수(老巨樹)가 470주에 달한다. 은행나무나 느티나무만큼은 아니어도 오래 살고 크게 자라는 나무중의 하나이다.

이렇게 다양한 나무들에서 비치는 단풍의 고운 빛들이 아기자기한 마을의 지붕들과 조화를 이룬 모습은 따뜻하고 정겨운 우리의 전통 시골마을을 연상케 했다.

이곳이 도심지에서 20분정도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얼마나 아름다움에 취해 있었을까. 오래된 나무들과 낙엽들이 어우러진 신비로운 모습에 취해있다가 숲을 빠져 나오는데 조금 멀리로 특이한 모양의 소나무가 보였다.

마을회관 앞에 심겨져 있는 이 소나무는 500년도 더 넘은 오래된 나무였다. 이 소나무가 뿜어내는 장엄한 색채와 마을회관 앞마당에 말리려고 널어놓은 벼의 노오란 빛을 보면서 이 곳 특유의 풍요로움이 오랫동안 지켜지기를 바라는 마음 뿐이었다.

홍혜란/생명의숲 사무처장 forestfl@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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