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집중진단/지자체 문화행사 붐]유럽의 예술문화축제

  • 입력 1999년 8월 9일 19시 21분


프랑스 독일 영국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들은 7,8월 두 달 동안에만 300여개씩의 지역 예술문화축제를 갖는다.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읍 면 단위까지 문화축제가 있는 셈.

규모는 천차만별이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음악연극축제’의 경우 지난해 23만4000여명의 관객이 관람했고, 이 중 75%는 외국인이었다고 축제조직위원회는 추산했다. 프랑스 ‘아비뇽 연극축제’의 경우 아비뇽시의 인구가6만여명인데비해매년8만여명이 축제를 관람하면서 1억 프랑(200억원)의 돈을 쓰고 간다.

나라마다 차이가 있지만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을 전부 책임지는 경우는 드물다. 대개는 국가 차원의 지원금과 민간기업 등에서 유치한 돈으로 축제를 치른다. 조직위원회는 공연이나 전시 기획의 실무에 오래 종사해온 예술경영가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한국처럼 해당지역의 공무원이나 문화계 인사를 의무적으로 포함시키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위원장을 비롯한 각 위원들의 임기도 보장돼 있다. 행사 중에 책임을 물어 사람을 갈아치우는 일은 상상도 하기 어렵다.

지자체는 조직위에 예산과 행사계획 등을 맡기고 대신 홍보와 숙박시설 확보 기반시설 확충 등에 진력한다.

최준호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는 “프랑스 등 선진국의 경우 문화축제는 지역민들을 파리나 다른 대도시들로 빠져 나가지 않게 하는 중요한 정책 기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규모가 큰 문화축제는 관광객을 유치하고 지역민의 문화향수권을 보장하는 일 외에도 문화상품을 교류하는 국제시장 역할까지 한다. 영국 ‘에든버러 예술축제’의 경우 본 행사 외에 ‘프린지(fringe) 페스티벌’이 열린다. 처음에는 젊은이들이 외곽에서 솜씨를 자랑하는 장이었지만, 최근에는 전세계 공연기획자들이 몰려와 예술성과 상품성을 갖춘 공연물을 구입해가는 바람에 공연물을 사고 파는 ‘시장’의 성격을 갖게 됐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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