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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경기자의 시네닷컴]경제가 울면 흥행은 웃는다?

입력 2000-09-28 18:51업데이트 2009-09-22 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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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나빠지면 당장 먹고 입을 것과 상관없는 문화비 지출이 줄어들기 마련이라는 건 상식이다. 그러나 제2의 경제위기가 공공연하게 거론되는 요즘 ‘공동경비구역 JSA’의 놀라운 흥행을 보면 영화에 관한 한, 이 상식은 배반당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블랙 먼데이’를 고비로 경제위기가 닥친다는 경보음이 요란하게 울려댔던 지난 주말에도 ‘공동경비구역 JSA’는 ‘쉬리’를 앞질러 개봉 두 주 만에 서울관객 100만명을 돌파했다.

◇'쉬리' '공동경비구역 JSA'의 신화

서울 변두리의 한 극장주는 “‘공동경비구역 JSA’를 찾는 관객들로 우리같은 ‘주변부 극장’이 평일 저녁에도 매진되는 것을 보고 있으면 ‘쉬리’ 때가 생각난다”고 했다.

‘쉬리’가 대흥행을 기록한 지난해 3,4월도 IMF 경제위기의 터널을 채 빠져나오지 못했던 불황기였다. 역대 흥행 1, 2위가 될 게 분명한 ‘쉬리’와 ‘공동경비구역 JSA’가 모두 불황기인데다 여름, 겨울방학 극장 성수기를 비껴 간 비수기에 ‘대박’을 터뜨린 것은 우연치곤 공교롭다. 우연의 일치를 감안하더라도 불안정하나마 하나의 가설을 세울 수 있지 않을까. ‘경기가 나빠지면 영화는 잘 된다.’

미국에서도 할리우드가 누렸던 최고의 황금기는 1929년 대공황 직후인 1930년대였다. 삼성경제연구소 김휴종 박사의 분석에 따르면 일본에서 58년 연간 관객수 11억2000만명으로 정점에 달했던 영화산업은 호황기인 60년대에 끝없는 하향세를 보이다 거품경제가 붕괴된 92년 불황이후 서서히 늘기 시작했다고 한다.

◇고단한 현실속 위안처

경기가 나쁠 때 영화가 잘되는 현상은 불황기에 종교 인구가 느는 것과 비슷한 이치일지도 모르겠다. 종교를 통한 영적 체험처럼, 영화를 통한 환상체험은 현실에 지친 사람들의 고단한 마음을 달래고 심리적 도피처를 제공하는 것이 아닐까. 지난해 관객들이 응원하듯 ‘쉬리’에 몰렸던 데에는 날벼락같은 IMF 환란과 그로 인한 정신적 충격을 이겨내고 싶은 대중적 기대도 얼마간은 작용했을 것이다.

일부에서는 ‘공동경비구역 JSA’가 현실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고 격렬하게 주장하지만, 사실 이 영화는 분단의 살얼음판을 공기놀이로 날려버리듯 무거운 현실을 웃어버리는 판타지가 아니던가.

이탈리아 영화 ‘시네마천국’에서 시실리 작은 마을 사람들이 낡은 극장에서 영화를 따라 울고 웃으며 전쟁 직후의 피폐한 현실을 잠시나마 잊듯, 영화는 때로 착각이고 환상일지언정 부드러운 손길을 건네는 작은 위안이다.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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