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칼럼]마상준 엔플랫폼대표/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

  • 입력 2001년 3월 5일 17시 16분


편지도, 전화도 없던 시대에 사람 사이의 의사소통 수단은 직접 만나 얘기하는 것과 그 메시지를 구두로 전달하는 정도였다.

우편제도가 생긴 이후 편지라는 수단을 통해 멀리 있는 이에게 소식을 전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이는 실로 경이로운 발명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편지는 소식을 비교적 정확하게 전달하고, 보관할 수 있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수 십일이 걸려 도착하기도 하는 시간의 차이를 극복할 길이 없었다.

19세기 말, 태평양을 건너 지구 반대편에 있는 이와 실시간 대화를 주고 받을 수 있는 것을 가능케 해준 전화의 발명은 기존의 시간과 공간의 개념을 탈피한 신개념의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했다.

수십 세기의 터울을 두고 발명된 문자와 전화의 발명… 이제 우리는 또 다른 의사소통의 신기원인 인터넷이라는 편리함을 누리며 살고 있다.

세상의 많은 것들은 진화한다. 발전적이고 편리하게 진화한 무언가는 과거 그 역할을 대신한다. 그러나, 그 이전의 역할을 모두 수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그 이전의 것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세상을 단숨에 뒤집어 놓을 듯하던 인터넷의 발명도 전화에서 한단계 진화된 또 다른 의사 소통의 수단일 뿐이다. 이메일의 편리함이 편지와 전화가 갖는 나름대로의 역할을 모두 대체할 수는 없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라고 생각될 지도 모르는 이 논리는 요즘 나라 경제의 화두인 기업의 e비즈니스 진출에도 적용될 수 있다. 인터넷의 발명과 더불어 우리는 인터넷을 단순히 사람사이의 새롭고 편리한 의사소통의 수단으로 사용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로부터 많은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것들을 도출해 내고자 연구에 개발을 거듭하고 있다.

기존의 문서와 전화, 직접 대면 등 오프라인으로 이루어지던 전통 기업들의 거래는 인터넷이라는 진화된 새로운 채널을 통해 많은 실익을 얻을 수 있다. 실시간 이루어지는 신속한 재고 물량 파악으로 재고가 쌓여 있는 대리점과 상품이 품절된 대리점을 서로 연결해 소비자들이 물건을 구입하는데 불편이 없게끔 할 뿐만 아니라 양쪽 대리점 모두에게도 이익을 가져다 준다.

또한 제조업체도 상품 판매 현황 파악이 실시간으로 가능해짐에 따라 효율적인 생산을 할 수 있다. 재고 처리를 통한 비용 절감 뿐만 아니라 전자 결재를 통한 업무의 효율성 등 기업에게 실제 이익을 가져다 주는 e비즈니스는 분명 전통 거래에서 한 차원 진화된 비즈니스 형태라 할 수 있다.

그러나 e비즈니스는 기존의 유통 채널을 없애고 모든 거래를 인터넷상에서 해결하도록 하자는 것이 아닐 뿐더러 그것이 가능하지도 않다. 실제 거래가 이루어지는 1,2,3차 대리점들을 효율적으로 묶어 주는 윤활유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실익의 극명성으로 많은 기업들은 다급하게 인터넷을 통한 업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또한 언론과 여러 e비즈니스 단체들은 급변하는 디지털 시대의 유일한 대안은 온라인 비즈니스라고 부추기고 있다.

새로운 시도에 관한 관심은 한 순간에 모든 것이 바뀔 것이라는 흥분된 기대를 낳는다. 그러나 수 십 년간 오프라인에 기반을 둔 전통 기업들이 e비즈니스의 환경을 구축한다 해서 단숨에 모든 유통 채널이 온라인으로 옮겨져 업무의 모든 것이 인터넷으로 진행될 수는 없는 일이다.

오프라인이 온라인으로 옮겨 가면서 부딪히게 되는 문제로는 우선 경영자들의 인터넷 비즈니스에 대한 마인드 부족을 들 수 있다. 온라인으로 수행하기 어려운 기존의 오프라인 유통 구조상의 오래된 관행들을 깨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며, 업무 프로세스를 모두 온라인화 하는데 드는 비용 대비 효과의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당장 모든 비즈니스 프로세스에 구석구석 온라인을 적용시킬 수는 없는 것이다. 기업들은 기존의 업무 중에서 어떤 업무가 온라인에 효율적인지, 어떤 업무는 오프라인에서 강점을 갖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파악해야 할 것이다.

온라인 비즈니스의 효과를 제대로 거두기 위해서는 좀더 장기적인 시각을 가지고 체계적, 단계적인 계획을 통해 온라인과 오프라인 비즈니스를 조화시켜 나가야 한다. 즉, 온라인과 오프라인은 함께 공존해야만 하는 것이다. e비즈니스가 궁극적으로 가야 할 길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다양한 채널을 적합하게 배합해 고객의 요구를 최대한 수용할 수 있는 유연성과 스피드를 갖춤으로써 기업의 존재가치를 높이는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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