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상온서도 핵융합" 논란

  • 입력 2002년 3월 5일 17시 16분


상온에서 비커에 든 용액에 기체방울을 만들어 터뜨리면 핵융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과학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미국 오크리지 국립연구소 루지 탈레야칸 박사 연구팀은 아세톤 용액이 담긴 비커를 진동시키면서 고속의 중성자를 쏘면 기체방울이 생성됐다가 터지면서 핵융합 반응이 일어난다는 연구결과를 8일 발행될 ‘사이언스’지에 발표했다.

핵융합은 수소와 같이 가벼운 원소들의 핵이 서로 결합해 헬륨과 같은 조금 무거운 원소의 핵을 형성하는 물리현상. 이때 발생하는 질량 결손 때문에 엄청난 에너지가 방출돼 수소폭탄의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연구팀은 보통의 수소보다 중성자 하나가 더 있는 중수소로 만든 아세톤에 초음파 진동과 고속 중성자를 가했더니 공기방울이 생겨나 최대 반지름 1㎜ 크기까지 자랐다가 터졌으며, 이 과정에서 중수소들을 핵융합시킬 때 만들어지는 삼중수소(수소보다 중성자가 두 개 더 있는 원소)와 250만 전자볼트의 에너지를 가진 중성자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핵융합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수억℃의 고온과 강력한 자기장으로 이온화된 반응물질을 담아둘 수 있는 구조물이 필요하다는 것이 과학계의 기존 의견. 그래서 이번 실험결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과학자들도 적지 않다.

같은 연구소에 있는 사피라 박사 등은 더욱 정밀한 중성자 계측기로 측정했더니 탈레야칸 박사의 실험과 달리 중성자가 나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89년 ‘상온핵융합 소동’의 재판(再版)을 우려한 연구소 측이 사이언스 발행인에게 수 차례 논문 게재를 유예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이언스 발행인 돈 케네디 박사는 편집자의 말을 통해 “우리의 임무는 중요한 과학적 성과를 대중들에게 전달하는 것이며 해석은 과학자의 몫”이라며 이를 거절했다.

이영완 동아사이언스기자 puse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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