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칼럼]이일순 와와대표이사

  • 입력 2000년 6월 4일 20시 49분


수없이 많은 인터넷 벤처의 ‘성공신화’를 접했던 것이 불과 얼마 전이다. 벤처열풍을 좇아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벤처캐피털이 무려 120개가 넘었다. 이들은 현재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벤처의 정의부터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벤처캐피털이나 벤처기업 모두 ‘고위험 고수익’을 지향한다. 고위험을 감수하고서 우수한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털은 위험이 없는 자산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높은 수익을 실현함으로써 그 투자에 대한 보상을 받는다.

우리의 투자행태는 어떤가. 많은 사람들이 벤처기업에 돈을 투자하는데만 급급하다. 이들로부터 투자 후에 그 기업에 실질적으로 가치를 더해주는 활동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겉모습만 벤처의 형태를 갖춘 기업들에도 거액의 자금이 흘러 들어갔다. 성공 가능성이 희박한 기업에 비싼 가격에 투자를 감행했던 벤처캐피털 자금은 이제 고수익은 커녕 투자 원금 회수마저도 걱정해야 할 지경에까지 이르게 됐다. 호시절에 자금을 확보하지 못한 많은 국내 신생 닷컴 기업들은 어려운 시기를 지내고 있다. 이미 미국에서도 많은 닷컴 기업들이 도산했다.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은 현재의 상황을 “거품이 가라앉고 올바른 투자 기회를 모색하는 시기”라고들 한다.

필자는 지금이 벤처캐피털과 벤처기업 간에 일어났던 일들에 대해 양자가 모두 깊이 반성하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다. 이제는 벤처기업과 벤처캐피털이 서로 무엇을 주고 받아야 하는지 곰곰이 되새겨봐야 한다.

우리의 벤처기업들은 지분에 지나치게 집착한 나머지 벤처캐피털을 오로지 ‘돈줄’로만 생각한다. 그래서 벤처캐피털이 기업을 위해 해줄 수 있는 많은 지원을 경계하고 배격한다.

실리콘밸리에선 벤처캐피털이 충분한 지분을 보유, 필요하다면 창업자까지 갈아치우며 훌륭한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사례가 많다. 시스코시스템스나 애플컴퓨터도 예외가 아니다.

바람직한 벤처기업과 벤처캐피털의 관계는 서로가 갖고 있는 가치요소를 결합하여 궁극적으로 보다 많은 기업가치를 창출하는 데서 찾을 수 있다. 다시 말해 벤처기업의 비즈니스모델 성장가능성 인적자원 기술력 등의 요소와 벤처캐피털의 자금력 경영노하우 등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어야만 양자가 원하는 곳에 이를 수 있다. 최근 국내 벤처기업에 유입되는 자금 가운데 핫머니성의 자금이 꽤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다.

우수한 벤처기업의 가치가 떨어지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다. 투자협상에 더 유리한 지위를 차지하려고 기회를 보고 있는 사이 외국의 벤처자금들이 알짜배기 벤처기업들에 투자하여 그 과실을 기다리고 있다. 벤처기업 역시 무조건 높게 평가받기보다는 역량있는 벤처캐피털과 손잡고 미래의 가치를 키우는 새로운 방법에 눈을 돌릴 때가 됐다.

이러한 노력이 있어야 비로소 벤처기업과 벤처캐피털이 윈-윈(Win-Win) 전략의 동반자가 되는 것이다.

이일순<와와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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