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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6월 22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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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와 어깨가 너무 아프지만 함부로 주무를 수 없고 두드리면 태아에게 진동이 갈까봐 참을 수밖에 없었어요.”
임신 8개월로 접어든 주부 백수아 씨(29·경기 화성시 동탄면)의 말이다. 결혼 3년차인 백 씨는 첫 아이를 낳은 지 10개월 만에 둘째를 가졌다. 몸무게는 10kg이 늘었다.
아이를 돌보면서 집안일까지 해야 하니 몸이 더 고되고 힘들다는 백 씨. 임신 5개월째를 맞아 배가 불러오고 가슴이 커지면서 어깨와 등, 허리, 골반의 근육이 뭉쳐 뻐근하듯 아팠다. 손과 발, 다리가 붓고 온몸이 무거웠다.
백 씨는 “둘째이다 보니 남편의 관심도 첫째 때보다 적어 혼자 끙끙댈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고민하던 백 씨는 주변의 권유로 산전·산후 전문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에스테틱을 찾았다. 백 씨가 방문한 곳은 ‘에스테틱 더지(Aesthetic THE G)’.
이곳은 최근 임산부를 위한 전문 프로그램인 일명 ‘커브 테라피(C.U.R.V. Therapy)’를 개발했다. 출산 전을 위한 ‘C(Circu-lation·순환) 테라피’, 출산 후를 위한 ‘U(Uterus·자궁), R(R-eturn·회복), V(Vitamin·비타민) 테라피’의 앞 글자를 모아 명명한 것이다.
뱃속 태아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해야 하는 임신부를 관리하기 위해 이곳엔 ‘임신부를 위한 전문 마사지’ 교육을 받은 테라피스트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백 씨는 ‘C 테라피’를 체험했다. 혈액과 림프 순환을 좋게 함으로써 체내 독소를 빼내고 몸이 덜 붓도록 도와준다는 관리 프로그램이었다. 가운으로 갈아입은 백 씨는 전문 테라피스트에게 현재의 몸 상태와 관련한 상담을 받은 뒤 관리실로 들어섰다.
○ 독소를 빼고 부기가 적도록 마사지하다
백 씨는 먼저 족욕을 했다. 복숭아 가루가 함유된 족욕 파우더를 청동대야에 넣고 5분간 발을 담근다. 청동에서 나오는 천연 음이온이 발에 있는 세균을 죽이고 혈액순환을 좋게 한다는 설명. 그래서인지 다리와 발의 부기가 빠지고 피로가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족욕 파우더는 발에 있는 딱딱한 각질을 부드럽게 해주고 발을 촉촉하게 해주는 기능을 한다.
그 다음은 임신부를 위한 본격적인 관리 프로그램. 바로 ‘림프샘 마사지’였다. 임신부가 배가 불러있는 상태임을 감안해 옆으로 누워 푹신한 베개를 안은 채 진행된다.
전문 테라피스트는 발끝에서 시작해 ‘발목→다리→허벅지→허리→등→팔→어깨’ 순으로 마사지를 했다. 이 마사지는 단순히 주무르고 문지르는 행위가 아니라 림프샘과 혈맥 등을 자극해 혈액을 잘 돌게 하고 몸에 있는 독소를 빼주는 마사지라는 설명이었다.
백 씨의 관리를 맡은 송현아 테라피스트는 “임신 5개월까지는 몸의 독소를 빼주는 마사지를 하고 그 이후에는 혈액순환을 좋게 해 덜 붓게 하면서 근육이나 뼈가 벌어지는 것을 막는 관리를 한다”고 말했다. 몸의 한쪽에 대한 마사지가 끝나면 돌아누워 반대편도 동일하게 마사지한다.
마사지를 할 때 바르는 오일로는 ‘호호바 오일’을 쓴다. 일반인들에게 쓰는 아로마 오일은 향이 진해 혹시나 태아에게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호호바 오일은 향이 없으면서 피부의 수분 손실을 막고 민감한 피부의 임산부에게 트러블 없이 사용할 수 있다고 더지(THE G) 측은 설명했다. 옆으로 누운 자세가 끝나면 바로 누운 자세에서 배와 어깨, 두피에 대한 마사지가 이뤄진다.
○ 임산부를 위한 맞춤형 관리 프로그램
“뭉친 근육이 다 풀리면서 시원해 날아갈 것 같다.”
마사지가 끝나갈 무렵 백 씨는 눈을 감은 채 이렇게 말했다. 백 씨는 “평소 종아리에 쥐가 많이 났는데 그 부위가 편안해졌고 전체적으론 몸이 날아갈듯 가벼워졌다”고 말했다.
더지의 김안란 교육팀장은 “출산 전에 하는 ‘C 테라피’는 전신의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뭉친 근육을 풀어 임신부가 편안하고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또 김 팀장은 “허리와 어깨, 척추 근육의 긴장을 풀어 임신부들에게 쉽게 나타나는 하지정맥도 예방된다”면서 “부기를 적게 함으로써 수월하게 출산할 수 있도록 돕고 임신부의 마음이 안정돼 태교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김 팀장 스스로가 둘째 아이를 출산한 지 6주밖에 되지 않은 산모. 그 역시 꾸준하게 커브 테라피를 받았다고 밝혔다. 아기를 낳은 후 산부인과 의사가 “이렇게 부기가 적은 산모는 처음”이라며 놀라워했다고 그는 전했다.
현재 국내에는 임산부를 위한 전문 프로그램을 갖춘 에스테틱이 많지 않다. 산후조리원에서 출산 후 받는 관리가 전부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임산부 전문 마사지를 교육하는 곳도 소수. 호주, 스웨덴 등지에서는 임산부를 위한 마사지 정보나 프로그램 개설이 발달되어 있는 반면 국내는 상대적으로 열악한 편이다. 한편 이곳 테라피스트들은 호주 소재 W호텔에서 온 전문 테라피스트로부터 임산부 마사지 교육을 정식으로 받았다고 더지 측은 밝혔다.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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