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우엄마의 와우! 유럽체험]알펜리조트 다보스

  • 입력 2000년 12월 11일 20시 02분


알프스 산자락의 작은 마을 다보스(Davos). 공기가 좋아 평화로운 요양지로 손꼽히던 이곳은, 19세기부터 유럽 아이스 스케이트 대회로 유명한 스키 리조트입니다. 요즘은 매년 1월말, 세계경제인포럼이 개최되는 곳으로도 알려져 있지요.

주민이 만2천명인데 반해, 관광객이 무려 250만명. 겨울이면 계곡마다 알록달록 스키어들이 날렵하게 미끄러져 내려오고, 연중 내내 전망대, 하이킹, 윈드서핑하기에 좋은 호수를 즐길 수 있는 사계절 휴양지입니다.

나우네가 다보스를 찾은 곳은 8월. 한여름인데도 두터운 파카에 모자까지 눌러써야 했던 것은 다보스가 해발 1560m에 위치한 산악마을이기 때문이죠. 이제 여장을 풀고 시내로 향하는 프롬나드 거리로 산책을 시작해볼까요? 참! 호텔에서 제공하는 무료 교통카드를 빼먹지 마세요.

다보스는 호텔을 이용하는 방문객들에게 시내 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혜택을 줍니다. 일방통행이 많은 마을 특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겨울 스키어들의 자동차 체증을 막기 위한 현명한 정책이죠. 누구든 차를 가져올 필요 없이 버스만 이용하면 됩니다. 버스 뒤칸에 스키 전용 짐칸까지 있으니 더더욱 천국입니다.

드디어 프롬나드 거리로 접어들었어요. 알록달록 사랑스러운 기념품 상점들을 지나면, 평생 보라색 톤으로 다보스 풍경만 그리며 살았던 독일화가 키르히너의 미술관이 보이지요. 그 곁에는 세계적인 학회가 열리는 국제회의장 목조 건물이 눈에 들어옵니다.

일년 내내 완벽한 스케줄 관리로 학회를 유치해 외화 획득에 공헌하는 똑똑한 시장님의 감각을 눈 여겨 봐둡시다. 다보스 학회에 참가하는 세계 각국의 정상들과 학자들은 아예 스키복을 입고 회의장으로 온다고 하죠. 세미나만 끝나면 기다렸다는 듯이 스키장으로 달려가는 거라는데요... 대부분 사람들이 스키를 타러 왔는지, 회의를 하러 왔는지 몹시 헷갈리다가 떠난다고 합니다.

스키시즌이 아닐 때 다보스를 찾으신 경우는 다보스 시내 관광 이외에 나우엄마가 제공하는 세 가지 옵션을 즐겨보시기 바랍니다.

첫째. 산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망설이지 마시고 다보스 중심 가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해발 2662m의 바이스플루요흐(Weissfluhjoch)로 올라가세요. 바이스플루의 정상에 있는 아담한 샬레 레스토랑에서 따스한 차 한잔이나 따뜻하게 데운 와인을 드시면, 온몸이 알딸딸해지면서 푸근해 지실 거에요. 날씨가 화창하면 내려오는 길에 하이킹을 즐기셔도 그만이죠.

둘째. 중앙역 뒤쪽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다녀오는 스큐올(Scuol) 온천센터를 다녀오세요. 스위스에서 가장 햇살이 강한 스큐올. 기상청 통계에 의하면 일년에 안개 끼는 날이 하루 밖에 되지 않는다는 마을이죠. 물 좋고, 해 좋은 이곳의 온천센터 바트 스큐올은 아침 10시에서 밤 10까지 오픈. 아이들은 정오부터 입장할 수 있어요. 알프스를 바라보며 노천 온천의 뜨거운 거품 속에 몸을 담그는 기분이 그만입니다.

셋째는 나우엄마의 강력 추천코스인 솔리오(Solio) 마을여행입니다. 기차를 타고 생모리츠에서 하차, 프로몬토뇨 방향 포스트버스를 갈아타세요. 뿔피리 경적을 울리는 노란 버스를 타고, 엥가딘 계곡의 정취를 만끽하며 스위스와 이탈리아 국경 부근의 볼레가리아 계곡으로 올라가는 겁니다.

마을 입구의 작은 철문을 열고 들어서면 낭떠러지 끝에 아담한 묘지가 있습니다. "고요히 잠든 이들을 위하여 그대도 잠시 침묵하소서". 묘비명을 읽으며 벼랑 아래를 내려다보면, 이탈리아 화가 세간티니가 이곳에서 그렸다는 '탄생'의 화폭이 그대로 살아 움직이지요.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는 바람에 나우를 안고 뛰어 들어간 팔라조 살리스(Palazzo Salis). 1630년대 성주의 집으로 호텔겸 레스토랑으로 개조된 곳입니다.

이탈리아 말로 주문을 받으러 온 아가씨. 짭짤한 스파게티. 옛날 이야기를 걸어오는 듯한 귀족의 초상화들. 창밖의 빗소리. 솔리오를 생각할 때 마다 떠오르는 기억의 조각들입니다.

지금쯤 다보스에서는 설원의 스키가 한창이겠군요. 전화통에 불이 나고, 동네 아이들이 학습지를 던져 두고 아스팔트를 굴러 다니는 열광의 하루.

첫눈 오는 날이 기다려집니다.

나우엄마(nowya2000@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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