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기자의 히트&런]“그때 조금 적게 받길 잘했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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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하면 50억, FA 대박 선수들… 팬 기대치도 당연히 올라가
부진 땐 비난 눈덩이처럼 커져… 큰돈 기쁨 잠시, 마음고생 남아

타격 5위(0.300), 홈런 8위(19개), 타점 12위(68개).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의 이대호(32)가 올 시즌 거둔 성적이다. 객관적으로 준수한 성적표지만 그는 시즌 내내 팀 안팎의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팬들은 “영양가가 없다”고 힐난했다. 구단 내에서조차 “좀 더 분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왔다. 득점권 타율이 0.244로 좋은 편이 아니긴 했다. 타점도 예년만큼 많았던 건 아니다.

그렇지만 그는 팀의 구멍이었던 4번 타자 자리를 굳게 지켰다. 결정적인 순간 한 방도 여전했다. 이대호가 없었다면 소프트뱅크는 퍼시픽리그 우승과 일본시리즈 정상에 서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대호가 비난을 받았던 것은 그가 팀 내 최고 연봉 선수였기 때문이다. 이대호가 올해 받은 4억 엔(약 37억 원)은 일본 프로야구를 통틀어 3번째로 많은 금액이었다. 결국 팬들의 기대치를 채우지 못한 게 이대호가 욕을 먹은 이유였다.

고액 연봉은 선수들에게는 ‘양날의 칼’과 같다. 잘할 때는 별말이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부진할 경우 비난은 굴러가는 눈덩이처럼 커진다. 털털한 성격의 이대호도 밖으로 표현은 안 했지만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으며 시즌을 보냈다고 한다.

이대호는 내년에 5억 엔(약 47억 원)을 받는다. 5억 엔을 지불하는 팀과 이를 바라보는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키려면 4할 타율에 50홈런을 쳐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야구라는 건 항상 잘할 수만은 없다. 받는 돈에 어울리는 성적을 꾸준히 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현실과 기대의 편차 속에서 큰돈을 받는 선수들은 누구나 큰 부담을 안게 된다. 부담은 과욕을 낳고, 과욕은 부진의 원인이 되곤 한다. 예전 요미우리에서 4년간 30억 엔(약 280억 원)짜리 대형 계약을 했던 이승엽도 몸값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7년간 1억3000만 달러(약 1447억 원)라는 잭팟을 터뜨린 메이저리거 추신수(텍사스)도 자유계약선수(FA) 계약 첫해인 올 시즌 극도로 부진했다. 자존심이 생명과도 같은 이들에게 성적 부진과 이에 따르는 팬들의 비난은 감당하기 힘든 고통이었을 것이다.

최근 국내 프로야구에서도 ‘억∼’ 소리 나는 대형 계약이 쏟아졌다. 3루수 최정은 4년간 86억 원을 받고 SK에 잔류하기로 했고, 왼손 투수 장원준은 4년간 84억 원에 롯데를 떠나 두산으로 이적했다. 삼성 오른손 투수 윤성환의 몸값도 80억 원이다. 이들 외에도 야구 좀 한다 싶은 선수들은 대개 50억 원이 넘는 대형 계약을 했다.

큰돈을 벌게 됐다는 기쁨은 잠시. 이제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건 팀과 팬들의 높아진 기대치다. 86억 원의 값어치를 하려면 최정은 대체 얼마나 좋은 활약을 보여야 할까. 그도 사람인지라 부상을 당할 수도, 슬럼프에 빠질 수도 있을 텐데 그때마다 ‘먹튀’라는 말이 족쇄처럼 따라다니지 않을까.

몇 해 전 당시 기준으로 대박 계약을 했던 A 선수는 이런 말을 했다. “당시 조금 더 받지 못한 것을 많이 아쉬워했는데 막상 뛰어보니 내 주제에 맞는 계약을 했던 것 같다. 그래도 적지 않은 돈을 받고 있어 엄청난 부담 속에 야구를 하고 있다. 그릇에 맞지 않는 돈을 받았다면 더 힘들었을 것 같다.”

지금 당장은 많은 사람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지만 이들 역시 쉽게 돈을 버는 건 절대 아니다. 그래서 예전부터 이런 말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남의 돈 먹기가 어디 쉬운 거냐는.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이대호#연봉#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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