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실업에 대한 가장 극단적인 단기 대책은 벨기에에서 시행된 ‘로제타 플랜’이다. 1990년대 후반 벨기에에서는 극심한 청년실업 사태가 발생하여 학교 졸업생의 절반이 실업자가 되었다. 1999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 ‘로제타(Rosetta)’는 이러한 현실을 고발하여 전 세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2000년 벨기에 정부는 영화 주인공의 이름을 따 로제타 플랜이라는 청년실업 대책을 시행하기에 이른다. 종업원 50명 이상 기업은 전체 인력의 3%를 청년으로 채용하도록 하고, 위반 시 벌금을 내도록 한 것이다.
이 제도는 시행 첫해에 약 5만 명의 청년 실업자를 줄이는 효과는 있었다. 하지만 기업에 고용된 청년들이 무능한 인물이라는 고정관념에 시달리고, 기업이 어차피 뽑을 인력을 청년 실업자로 채우는 사중(死重) 효과가 크고, 기업 경영에 부담을 주어 오히려 장기적 고용 창출 능력을 저해하는 부작용 때문에 이 제도는 2, 3년간 시행한 후 폐지되었다. 그 후 이 제도를 따라 하는 국가도 거의 없어 로제타 플랜은 성공이라기보다는 실패로 보아야 할 것이다.
현재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혁신이 실종된 점이다. 대부분의 한국 기업은 산업화 초기에 시작한 전통 제조업을 지금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매년 발표되는 세계적인 혁신기업의 리스트에 미국의 우버, 테슬라, 애플,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중국의 BYD와 알리바바가 올라가지만 한국의 기업은 하나도 언급되지 않는다. 한국은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가 발달하여 4차 산업혁명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지만 정작 4차 산업혁명으로의 혁신은 경쟁국 중 가장 뒤떨어졌다.
고용을 창출하는 기업의 근본 경쟁력을 개선하지 않고 일자리만을 창출하려는 것은 나무에서 물고기를 구하는 연목구어(緣木求魚)와 같다. 기업은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과감한 혁신을 통하여 새로운 산업을 일구고 청년실업을 해소할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규제와 일자리는 반비례한다는 현장의 절규에도 불구하고 규제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정부는 규제 혁파를 통하여 기업이 혁신을 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길을 터주어야 한다. 고용정책은 산업정책과 분리될 수 없다. 고용과 산업을 통섭하는 고용 대책을 강구해야 할 시점이다.
김동원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