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사람들]방범안내방송 주민들 머리에 「쏙쏙」

  • 입력 1998년 11월 8일 19시 23분


요즘 서울 강남의 일부 아파트단지에서는 2,3일 간격으로 나오는 여자 경찰관의 단지내 방범안내 방송이 화제다.

“엘리베이터를 탈 때는 주위에 수상한 사람이 없나 먼저 살펴보세요” “집을 비울때는 창문을 꼭 잠그고 야간 외출시에도 전등을 켜두세요. 장기간 비울때는 문 앞에 신문 우유가 쌓이지 않도록 이웃에 부탁합시다.”

주인공은 올해 경찰대를 졸업한 수서경찰서(서장 김석기·金碩基)의 한혜선(韓惠先·여·23)경위. 방송은 9월 중순부터 시작됐다.

“강남구 개포동, 송파구 잠실동 등이 포함된 저희 경찰서 관내에는 아파트주민(58개단지)이 52%나 돼요. 이 점에 착안, 끊이지 않는 아파트범죄를 막기 위해서는 방범방송이 좋겠다고 생각했지요.”

처음에는 단지를 순회하며 직접 방송을 했다. 20일 가량 해본 뒤 반응이 좋자 아예 테이프를 제작해 단지별로 배포했다.

“사실 처음에는 주민들로부터 시끄럽게 한다고 불평을 들을까봐 조마조마 했어요.”

목소리를 가다듬느라 목까지 쉬는 ‘고생’도 했다는 한경위. “첫 방송때 한 주부가 못들은 부분이 있으니 다시 한번 해달라고 전화를 해주어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한경위가 강조하는 ‘단골범죄’는 강절도사건. “최근 한 주부가 혼자 엘리베이터를 탔다가 계단에 숨어있다가 따라 들어온 범인에게 핸드백을 털렸다”고 소개한 한경위는 늦은 시간에는 엘리베이터를 타기 전에 먼저 주변을 살펴 보고 수상한 사람이 있으면 신고하라고 당부했다.

아파트범죄는 예방수칙만 잘 지키면 막을 수 있다는 게 한씨의 말. “현관문을 잘 잠그지 않는 출근시간 직후가 취약시간이에요. 또 검침원으로 위장해 대낮 여자 혼자 있는 집에 침입하는 게 전형적인 수법이지요.” 이럴때는 꼭 경비실에 확인한 뒤 문을 열어주라고 한경위는 말했다. 가스배관을 타고 내려와 베란다와 창문을 통해 침입하는 경우도 많으니 베란다문과 창문도 항상 잠가두는 게 좋다고 알려 주었다.

서초구 일원동 우성아파트의 관리소장 김성근(金成根·61)씨는 “대개들 알만한 내용이지만 그것을 여자 경찰관이 직접 차근 차근 알려주니까 주민들이 더더욱 공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단절된 공간의 집합이라는 아파트생활의 특성상 이웃간에 무관심하기가 쉬워 범죄에 취약하다”고 지적한 한 경위.그녀는 “이웃끼리 친하게 지내는 것도 범죄예방의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김경달기자〉d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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