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남녀평등의 새 가족질서 세울 때

  • 입력 2005년 2월 3일 17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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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차별을 제도화한 호주제(戶主制)가 헌법재판소에서 시한부(時限附) 사망선고를 받았다. 호주제가 혼인과 가정생활에서 양성(兩性) 평등을 규정한 헌법 36조 1항을 위반했다고 한 헌재의 결정은 남녀 등권(等權)의 시대적 요청을 반영한 것이다.

가부장(家父長)을 가정의 중심축으로 두고 아내와 딸을 차별하는 호주제는 여성의 경우 혼인하면 출가외인(出嫁外人)이라는 봉건적 사고에 바탕을 둔 것임을 부인할 수 없다. 호주제는 이혼과 재혼이 증가하는 세태에서 출현하는 다양한 가족형태와 그 구성원들의 권리를 보호해 주지 못하는 결함이 있다.

아내의 남편가(家) 입적(入籍)도 대표적인 남녀차별 조항이었다.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성장한 여성이 다른 도시 남성과 결혼했다고 해서 본적이 남편의 도시로 바뀌는 제도는 여성을 남성의 부속적(附屬的) 존재로 본 것이다.

국회가 입법에 늑장을 부려서는 안 된다. 헌재가 동성동본(同姓同本) 혼인금지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려 대법원 예규로 1997년부터 8촌을 넘는 동성동본 남녀의 혼인신고를 받아주고 있는데도 국회는 7년이 넘도록 민법 관련조항을 개정하지 않고 있다. 유림의 반대에 밀려 사문화한 조항을 그대로 두고 있는 것이다.

자녀가 아버지의 성(姓)을 반드시 따르게 한 부성(父姓) 강제조항도 헌법소원이 제기돼 있다. 국회는 이번 기회에 아버지의 성을 원칙으로 하되 부부가 합의하면 어머니 성을 따를 수 있게 바꾸는 것이 합리적이다. 아들에게 우선적으로 승계되는 호주제와 아들을 통해서만 성이 대물림되는 제도가 남아 선호를 부추겨 불법 중절과 성비(性比) 불균형을 확산시킨 측면이 있다.

이제 호주제 존치 여부를 둘러싼 논란을 접고 21세기에 맞는 남녀평등의 새 가족질서를 확립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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