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피중인 으뜸식품 이성구 사장 단독인터뷰

  • 입력 2004년 6월 22일 17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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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뜸식품 이성구 사장
으뜸식품 이성구 사장
“TV에서 불량만두소라며 보여준 화면은 절대 우리 공장이 아닙니다. 다 거짓말입니다. ‘논 샘물’(폐 우물) 모습만 빼고 나머지는 전부 다른 단무지 공장의 쓰레기를 찍은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 공장과 화면을 비교해보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저는 절대 쓰레기 만두소를 만들지 않았습니다.”

‘불량만두’ 사건의 모든 열쇠를 쥐고 있는 으뜸식품 이성구 사장(61)은 강하게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경찰이)계획적으로 으뜸식품을 죽이려고 한 것이다. 곧 자수해 진실을 밝히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식품위생법 위반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신청되자 지난 4월 20일 잠적, 2개월째 도피생활중인 이 사장을 한 가정집에서 어렵게 만났다.

그는 ‘결백하다면 왜 도망갔느냐?’는 기자의 첫 질문에 “경찰수사가 진행되면서 자꾸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 무서워서 피했다”면서 “경찰의 발표를 보고 깜짝놀랐다. 내가 5년간 4500만 국민들에게 더러운 쓰레기를 먹여왔다는 얘긴데, 전부 거짓말이고 억울하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경찰이 수사를 발표할 때 뛰어 들어가서 밝히고 싶었지만, 나를 극형에 처하라는 둥 국민의 분노가 하늘을 찔러 겁나서 못 들어갔다”면서 “그때는 누구도 내말을 믿어주지 않을 것으로 생각돼 어느 정도 사태가 진정된 뒤 자수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사건에 대해 “한마디로 경찰은 자신들의 공적을 쌓기 위해 사건을 과장했고, 방송은 이를 확인 과정 없이 선정적으로 보도해 사람도 기업도 다 죽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사장은 자신의 죄는 두 가지 뿐이라고 말했다.

첫째는 경찰이 폐 우물물이라고 말하는 ‘논 샘물(본인 주장)’의 수질검사를 하지 않고 지난해 12월20일부터 3월9일까지 단무지 자투리의 세척과 일부 탈염과정에서 사용한 것.

둘째는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중 일부에 중국산 무 자투리가 섞였으나 이를 밝히지 않은 것.

그는 “이외에는 어떤 죄도 없다”며 경찰이 밝힌 혐의사실을 조목조목 부인했다.

그는 인터뷰 마지막에 “비전푸드 신영문 사장의 투신 자살이 너무 안타깝다. 또 만두와 단무지 업계가 억울하게 당해 가슴이 아프고 미안하다”면서 “며칠 내로 자수할 것이다. 경찰이든 방송이든 죽기를 각오하고 끝까지 싸워 진실을 밝히겠다”며 울먹였다.

다음은 으뜸식품 이성구 사장과의 일문일답.

-사건의 경위를 간단하게 설명한다면.

“단무지 세척과정에서 ‘논 샘물’을 쓴 것 때문에 경찰 조사를 받았다. 처음에는 가벼운 죄라고 생각했으나 수사가 하루하루 진행되면서 과장됐다. 이후 경찰과 언론은 내가 ‘쓰레기 만두소’를 만든 죽일 놈이라고 발표했다”

-KBS, MBC 등 방송 화면에 나온 공장은 으뜸식품인가.

“아니다, 우리 공장은 하나도 없다. 어느 방송사에선가 ‘논 샘물’을 찍은 화면이 나왔는데 그거하고 또 하나만 우리 공장이다. 나머지는 다른 단무지 공장의 쓰레기로 보이는데 마치 우리 공장인 것처럼 나왔다”

-그럼 왜 그런 화면이 방송에 나간 것인가.

“경찰이 화면을 조작한 것인지 방송에서 조작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 공장과 비교해보면 금방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경찰과 방송이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지…”

-결백을 주장하는데 증거가 있나.

“물을 검사해도 안전한 것으로 나왔고 제품검사도 적합한 것으로 나왔다. TV화면에 나온 쓰레기 단무지는 우리 공장 것이 아니다. 하나하나 비교해보면 증명될 것이다. 도대체 내가 쓰레기 만두소를 만들었다는 근거가 하나도 없다”

자투리 단무지(왼쪽)와 판매용 단무지(오른쪽)

-단무지 자투리로 봐야하는지 쓰레기로 봐야하는지에 대해 논란이 많은데.

“단무지 생산과정에서 판매를 위해 둥글거나 길게 자르고 나면 자투리가 남는다. 이것을 버리면 폐기물이지만 사람이 먹으면 단무지 자투리다. 우리는 이것을 가져다가 통 무와 함께 갈아서 만두소를 만든 것이다. 이것을 쓰레기로 봐야하나?”

-단무지 자투리 운반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절대 아니다. 공장에서 나온 단무지 자투리를 깨끗하게 포장해 냉동차로 운반하고 있다. 절대로 문제가 없으니 확인해봐라”

-경찰 조사과정에서 죄를 인정했다고 하던데.

“경찰은 ‘단무지 자투리’라는 내 말을 믿지않고 무조건 폐기물이라고 조서를 꾸민 뒤 인정하라고 했다. 내가 버티자 경찰은 물과 제품에서 대장균과 세균이 많이 나왔다며 몰아붙였다. 그것은 물론 거짓말이었다. 그러나 당시엔 거짓말인줄 모르고 내가 죄가 많다고 생각했고, 더구나 거래처 사장들이 불려오는 것을 보고 그들만이라도 피해가 돌아가지 않게하기 위해 경찰 요구대로 조서를 꾸밀수 밖에 없었다.

-경찰 조사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말인가.

“경찰이 '중국산 무를 100% 사용했느냐’고 물어서 아니라고 했더니, 그럼 ‘80%로 깎아 줄테니 시인하라’고 했다. 그래서 ‘아니다. 극소량이다’라고 버텼더니 나중에는 ‘50%로 깎아주겠다. 더 이상은 못 깎아 주니 시인하라’고 흥정하듯 하더라. 대한민국 경찰 수준이 이거 밖에 안되는 것이냐”

-도피하게 된 계기는.

“조서를 꾸미면서 처음에는 단순한 식품위생법 위반이라고 생각했는데, 내 죄가 점점 확대돼 너무 겁났다. 무죄를 입증할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도피할 수 밖에 없었다”

-본인은 만두를 드시나.

“나는 물론 아들도 만두를 무척 좋아한다. 도피 중에도 일부러 만두가게에 들어가 만두를 달라고 했더니 주인이 웃으며 ‘지금도 만두를 달라는 사람이 있느냐’고 해서 함께 웃었다”

-언제쯤 자수할 생각인가.

“빨리 들어가서 억울한 부분에 대해서는 진실을 밝히고, 내가 죄를 지은 부분에 대해서는 벌도 받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여론이 조금 진정되면 들어가겠다. 시기는 며칠 내로 생각하고 있으며 아무리 늦어도 1개월을 넘기지 않을 것이다”

-현재 심정은.

“도망 다니면서 아무도 내말을 믿어주지 않을 것 같아서 죽을까도 생각해봤다. 그러나 신 사장이 마지막까지 '오명을 벗겨달라'고 절규하는 것을 보고 어떻게든 진실을 밝혀야 겠다고 생각했다. 어렵겠지만 끝까지 진실을 밝히겠다”

조창현 동아닷컴기자 c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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