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대책후 첫학기]<9>교사 다면평가

  • 입력 2004년 3월 16일 18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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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를 엄정하게 평가해야 교사들이 현실에 안주해 나태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경기 남양주시 학부모 손모씨) “공정하고 객관적인 기준이 마련되지 않으면 교사 다면평가는 부작용만 낳을 것이다.”(서울 J고 윤모 교사)

정부의 ‘2·17 사교육비 경감대책’은 교사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교사 다면평가와 우수 교사에 대한 인센티브제를 담고 있다. 실제 공교육을 정상화하려면 교사의 열의가 넘쳐야 한다. 하지만 ‘교사 평가’는 교육계에서도 늘 의견이 엇갈릴 정도로 민감한 데다 많은 교원이 평가기준 미비 등을 이유로 이에 반대하고 있어 새 평가제도가 도입되기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학부모는 찬성=현행 교원 근무성적 평정제도는 철저한 인사관리용이다. 교사가 실제 학생들을 잘 가르치는지, 생활지도를 잘 하는지 등을 따지지 않기 때문에 지금의 평가제도는 교사 자질 향상이나 수업의 질과는 거의 무관하다. 교장과 교감이 근무태도나 행정업무 위주로 점수를 매기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이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교장 교감 동료교사 학부모가 교사를 평가하는 다면평가를 도입할 방침이다.

학부모 김모씨(41·서울 노원구 중계동)는 “교사들이 열과 성을 다하도록 교사 평가에 교육 소비자인 학부모와 학생이 참여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교육방송(EBS)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12, 13일 전국 교사와 학부모 각각 500명씩 1000명을 대상으로 학부모의 평가 참여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학부모의 74.7%가 찬성했지만 교사는 47.7%만이 찬성했다.

▽교원 반응=많은 교사가 교사 다면평가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서울 S고 서모 교사는 “학부모가 교사를 평가하면 교직 사회에 갈등의 골만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B고 강모 교사는 “학부모는 소문이나 이미지만으로 교사를 평가하기가 쉽다”면서 “합리적인 교사 평가를 위해서는 먼저 학교의 수직적 서열 구조부터 바꿔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충남 S고 최모 교사는 “공정한 기준만 마련된다면 새 평가제도는 교사들의 자긍심을 높여주고 자질을 향상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학생들도 교사 평가에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교원단체 견해차=교원단체들은 현행 교원평가를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평가 방식에 대해서는 정부와 뚜렷한 견해차를 보이고 있다.

황석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교직국장은 “학부모가 교사를 평가하면 학생 눈치를 보며 인기에 신경쓰는 교사가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며 반대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학생회, 학부모회가 참여해 교사들을 평가하는 것은 부적격 교사를 퇴출시킬 목적에 국한해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수업 능력이나 자질 등으로 교사를 서열화하지 말라는 주장이다.

그동안 자발적으로 학생들로부터 수업 평가를 받아온 ‘좋은교사운동’은 학부모는 물론 학생의 평가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송인수 상임총무는 “학생들의 수업 평가는 교사의 전문성을 신장하기 위한 요긴한 자료”라며 “교사간 우열을 가리지 않도록 절대평가를 해야 하며 많은 교사가 일정 수준에 도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이수일 학교정책실장은 “교원단체와 충분한 협의를 거칠 것”이라며 “경쟁과 통제보다 교사의 전문성과 자긍심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평가를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교사 인센티브=정부는 교사 다면평가제를 도입하면서 교사들의 사기를 높일 수 있는 ‘당근’도 준다는 방침이다.

우선 교원 급여 체계를 정비해 △교원 급여의 60%를 차지하는 수당의 비율을 낮춰 현재보다 많은 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임용 전 산업체 경력을 호봉으로 인정하며 △유치원 및 통합학교 겸임교원 수당을 신설할 계획이다.

하지만 대다수 교사들은 이 같은 정책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이다.

서울 H고 박모 교사는 “과거에도 급여를 개선한다고 했지만 제대로 실현된 적이 없었다”며 “돈으로 교사들을 움직이겠다는 발상에 화가 난다”고 말했다.

서울대 교육학과 진동섭(陳東燮) 교수는 “객관성과 타당성이 검증된 평가도구를 마련하고 평가결과에 따라 연수 등 인센티브를 줄 수 있도록 재정과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홍성철 기자(팀장)

이헌진 이완배 손효림 길진균 조이영 정양환 유재동 전지원 기자(사회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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