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 쟁점]108년된 초등교 이전싸고 마찰

  • 입력 2004년 2월 6일 20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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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년 된 화성 행궁 복원이 우선이다.”

“100년 넘은 초등학교도 역사적 가치가 높다.”

경기 수원시의 자랑거리인 화성(華城)의 행궁(行宮) 복원사업이 옛 행궁터에 자리 잡은 신풍초교의 이전 문제로 논란에 휩싸였다.

수원시는 화성행궁을 원형 그대로 복원하기 위해 학교 이전을 추진해 왔지만 학교측과 동문의 반발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화성행궁 복원사업=세계문화유산인 화성의 행궁(수원시 장안구 신풍동)은 정조대왕이 아버지 사도세자의 능(융릉·隆陵·화성시 태안읍 안녕리)을 참배할 때 임시 거처로 사용하던 곳. 1796년 576칸으로 축조됐다.

행궁은 일제강점기 이후 병원과 군청, 경찰서 등이 들어서면서 대부분 훼손됐다. 이에 수원시가 1996년부터 대공사 끝에 2002년 1단계로 봉수당(奉壽堂)과 장락당(長樂堂) 등 주요시설물 482칸을 원형 그대로 복원했다.

이후 화성행궁은 관광명소로 부상했으며 최근에는 인기 드라마 ‘대장금’의 촬영무대가 되고 있다.

시는 2단계 사업으로 2010년까지 300여억원을 들여 우화관(于華館)과 별주(別廚) 등 건물 92칸과 행궁 담장을 복원할 계획이다. 200년 전 축조 당시의 모습으로 행궁을 복원한다는 것.

▽“학교 이전 외에 방법 없다”=문제는 2단계 사업 터에 신풍초교 5000여평 중 본관 건물과 운동장 등 3000여평이 편입돼야 한다는 것. 이 학교는 1896년 경기도에 최초로 세워진 유서 깊은 학교로 지금까지 3만5000여명의 동문을 배출했다.

행궁 복원을 위해선 올해 안에 학교문제가 마무리돼야 한다. 하지만 수년 전부터 진행된 협의에도 불구하고 동문들의 반발로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당상준(唐俊相) 시 화성사업소 보호계장은 “신풍초교의 역사나 가치를 알지만 행궁을 원형대로 복원하기 위해서는 이전 외에는 방법이 없다”며 “학교에서 500m가량 떨어진 장안문 주위에 땅을 매입해 신축 이전하는 방안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전은 절대 안 돼”=그러나 이 학교 장인환(張寅煥) 교장은 “학부모나 동문의 반발이 매우 거세다”며 “시가 편입부지만큼 학교 옆에 땅을 매입해서라도 학교와 행궁이 서로 공존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찬영(孔瓚泳·66) 총동문회장은 “학교의 이전 신축은 108년 역사를 짓밟는 처사로 어불성설”이라며 “동문의 힘을 합쳐 이전을 저지하겠다”고 말했다.

수원=남경현기자 bibulus@donga.com

경기 수원시 신풍초등학교 정문(오른쪽) 왼쪽으로 1단계 복원 공사를 마친 화성 행궁의 모습이 보인다. 신풍초등학교와 화성 행궁은 담을 맞대고 있다. -수원=남경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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