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속 기업들 “나누면 넉넉한 추석”

  • 입력 2008년 9월 13일 01시 54분


‘나누면 행복은 더 커진다.’

추석을 맞아 형편이 어려운 직원들을 한 번 더 챙기고 봉사활동을 통해 지역사회나 해외에 사랑을 전달하는 기업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12일 ㈜코오롱의 각 사업장 인사팀장은 불우 사원 31명에게 50만 원씩 전달했다. 불우 사원들이 불편해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사진도 찍지 않고 전달식은 조용히 끝났다.

불우 사원들에게 전달된 총 1550만 원은 코오롱의 과장급 이상 모든 간부가 올해 회사의 추석 선물을 받지 않고 선물 비용(약 5만 원)에 해당하는 현금을 내 마련한 것이었다.

뜻밖의 추석 선물을 받은 사원들은 처음엔 회사에서 주는 격려금으로 알았지만 간부들이 모은 돈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일부는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코오롱 임직원들은 외부로부터 받은 각종 추석 선물을 모아 불우시설에 기증했다.

이병준 코오롱 인사팀장은 “회사에서 의례적으로 받는 선물을 뜻 깊은 일에 써 보자는 공감대가 형성돼 올해 이 행사를 처음 기획했다”며 “개개인에게는 평범한 선물이지만 어려움을 겪는 동료들에게는 큰 힘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림푸스한국은 사원에게만 나눠 주던 한가위 제수용품 세트를 협력업체 직원들에게도 선물했다.

방일석 올림푸스한국 대표는 “불경기에는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더 힘들기 마련”이라며 “값비싼 선물은 아니지만 풍요로운 추석 차례상을 차리는 데 꼭 필요한 물건들을 직접 골랐다”고 말했다.

아메드 에이 수베이 에쓰오일 사장은 11일 이 회사 사회봉사단 80여 명과 함께 서울 강서구 등촌동의 한 사회복지관을 찾아가 ‘사랑의 송편 나누기’ 자원봉사를 했다. 이들은 직접 만든 송편을 포함해 식료품, 비누 등 생필품 세트를 강서구 내 600여 기초생활수급 가정에 전달했다.

DHL코리아는 추석을 앞두고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가 베트남 호찌민의 어린이들에게 보내는 연필, 필통 등 문구류와 축구공 등 900kg에 이르는 물품을 무료로 배송했다.

크리스 캘런 DHL코리아 대표는 “빈민국 아동들에게도 추석의 온정을 전하고자 UNWTO 스텝재단의 ‘고맙습니다. 작은 도서관(Thank You Small Library)’ 사업을 후원하고 베트남에 무료로 물품을 배송했다”고 밝혔다.

한편 독일계 제약기업인 한국베링거인겔하임의 충북 청주공장 직원들은 5일 뜻 깊은 ‘마지막 추석 선물’을 받았다.

한국베링거인겔하임은 지난해 청주공장 생산라인과 용지를 2009년 6월 SK케미칼에 매각한다는 계약을 했기 때문에 이 회사 직원들은 매년 추석을 앞두고 열린 체육대회에 마지막으로 참석했다. 단상에 붙은 플래카드에는 ‘The Most Beautiful Memories(가장 아름다운 추억)’라고 적혀 있었다.

군터 라인케 한국베링거인겔하임 사장은 이날 “공장 매각 계약에서 가장 역점을 둔 것은 공장 직원들의 안정적인 고용보장이었다. 여러분의 고용승계는 회사가 책임지겠다”고 약속해 직원들로부터 ‘최고의 추석 선물’이라는 찬사를 들었다.

양환용 한국베링거인겔하임 노조위원장은 “내년이면 추억이 될 체육대회여서 너무나 아쉽다”며 “회사 측과 협의해 고용승계가 잘 이뤄질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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