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바다… 하얀 산타

  • 입력 2007년 12월 25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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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선정 2007 올해의 인물 ‘태안 자원봉사자들’

옆사람의 말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몸에 걸친 비닐옷은 쉴 새 없이 펄럭였다. 강풍이 귓전을 때리며 기세를 올렸다.

충남 태안군 일대에 ‘검은 재앙’이 들이닥친 지 17일째인 23일, 태안군 소원면 의항리 천리포해수욕장에 모여든 100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은 기름찌꺼기뿐 아니라 칼바람과도 싸워야 했다. 하지만 누구 하나 싫은 내색을 하지 않았다. 애초 누가 시켜서 온 게 아니었다.

경기 용인시 처인구 고림동에서 자원봉사를 온 김규태(49) 씨는 ‘어떻게 왔느냐’는 질문에 “이건 태안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자신, 우리 후손의 문제”라며 “어떻게 오지 않을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김 씨는 높은 파도를 타고 해안으로 밀려나오는 흡착포를 나무 막대기로 연방 밀어 넣으며 바다 속을 어지럽게 맴돌고 있는 타르 찌꺼기를 건져내느라 안간힘을 썼다.

그는 “아무리 건져내도 티가 나지 않는다. 그래도 누군가 계속 건져내다 보면 언젠가는 속살을 드러내지 않겠느냐”며 “누구를 돕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연 앞에 인간이 얼마나 겸손해야 하는지 깨닫는 것도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경북 구미시에서 찾아온 중학교 2학년 학생들, 기름때 찌든 돌을 닦으며 데이트를 즐기는 20대 연인, 기적의 현장을 보고 싶다며 생업을 포기하고 달려온 30대 청년, 다리가 불편해 방제작업을 돕지 못하자 컵라면 봉사에 나선 50대 아주머니….

이들 모두가 세밑 우리 사회를 온기로 훈훈하게 만든 주인공이다. 2002년 붉은 악마의 함성은 2007년 태안의 기적으로 되살아났다. 동아일보가 자원봉사자들을 ‘올해의 인물’로 선정한 이유다.

누가 부른것 아닌데… “우린 태안의 이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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