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이것만은]"여관 주인들 너무 무뚝뚝해요"

  • 입력 2002년 2월 21일 18시 12분


“폴란드에 이기느냐, 지느냐에 따라 미국과 한국의 운명이 결정될 겁니다.”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호텔의 마케팅 이사인 미국인 스콧 보이어(39)는 이번 월드컵대회에 미국이 한국과 같은 조에 속한 것에 내심 안도하고 있다.

최근 미국이 북중미골드컵 축구대회에서 우승하고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6위 이탈리아와의 평가전에서도 0 대 1로 근소하게 패해 미국이 16강에 들 것이란 그의 기대는 더욱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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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와의 경기에서 비록 지긴 했지만 슈팅수는 15 대 8로 우리가 월등했어요. 공격력만큼은 최고죠. 다만 유럽예선 8경기에서 6골만 내준 폴란드와의 경기가 관건입니다.”

입장권 구입은 축구팬의 당연한 의무. 보이어씨는 6월 5일 경기 수원에서 열리는 미국-포르투갈전을 두 딸 등 가족과 함께 관람할 예정이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는 야구다. 하지만 딱 1년 전인 지난해 2월 월드컵 개최국인 한국으로 발령이 나면서 전 세계 축구팬을 사로잡는 월드컵의 매력과 중요성 때문에 한국 정부의 준비현황 등에 대해 적지 않은 ‘공부’를 했다.

그는 한국의 교통시스템에 대해서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지하철, 버스, 택시의 조화가 완벽하고 외국어 통역과 안내 시스템까지 확충돼 만점이라는 것.

하지만 대부분의 일반 외국인 관광객들이 묵게 될 지방 모텔과 여관들의 시설과 서비스 수준은 우려할 만하다고 그는 지적했다.

“숙박시설은 손님들이 자기 집처럼 편안히 생각하도록 만들어야 하는데 아직도 ‘내 집’에 ‘남’이 왔다는 생각을 하는 한국인 숙박업소 주인이 많아요. 무리한 부탁이라도 손님들의 요구를 흔쾌히 들어줘야 할 텐데….”

한국인들의 표정이 너무 딱딱한 것도 걱정이다.

“친절함이란 직접적인 봉사나 행동을 의미하는 게 아니에요. 미소에서부터 친절함은 시작되죠.”

그는 관광객들의 도시간 이동에 대처하기 위해 각 개최도시 월드컵 담당자들간의 의사 소통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다는 보이어씨에게 우리말 한 마디를 부탁하자 큰 소리로 “미국, 한국 파이팅”이라고 외쳤다.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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