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서승직]실업계고교가 춤춰야 한국이 큰다

  • 입력 2006년 1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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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상수 노동부 장관이 21일 체결한 ‘기능장려협약’은 실업계 고교생에게 희망을 준다. 우수한 기능 인력 배출의 산실이던 전국기능경기대회나 국제기능올림픽대회 출신을 적극 채용해 국가 경제발전의 성장 동력으로 흡수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협약식에 앞서 내년 11월 일본 시즈오카에서 열리는 제39회 국제기능올림픽대회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 2차 평가전에 참여한 선수들을 격려하는 모습 또한 전에 볼 수 없던 일이다. 이 장관의 즉석 제의로 열린 일선 실업계 고교 교장단과의 대화를 계기로 정부가 실업교육을 살리는 방안에 귀를 기울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학교에 기부금을 기탁하거나 일부 학생에게 취업의 기회를 제공하는 방법은 실업계 고교생에게 희망을 주지만 ‘기능장려협약’만으로는 중증 환자가 돼 버린 실업교육을 치유하기 어렵다. 지금의 실업교육은 수요자가 외면하는 제품을 양산하는 데 비유할 수 있다. 유용성 측면에서 볼 때 실업교육 자체를 부정하는 사람이 많다. 산업인력 양성이라는 본질에 충실하지 못하고 시대변화에 따른 개혁이 요구될 때마다 임기응변으로 대응했던 결과다.

실업계 고교 교장단은 노동부 장관과의 대화에서 보여 주기 식의 외형적 변화보다는 실업교육 시스템을 본질적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분별한 대학 설립으로 대학 정원이 늘어나면서 실업교육을 망쳤다는 지적도 나왔다.

윤 부회장은 협약식에서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려면 교육과 인재 육성만이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하고 있다”며 교육과 인재 육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기업의 경쟁력으로 국가 경쟁력을 유지해야 하는 현실에서 기능인력 육성에 관심을 보인 것은 환영할 일이다.

기능 강국의 우수한 인적 자원을 가졌으면서도 기능 선진국이 되지 못한 이유는 실업교육 정책이 실패했기 때문이다. 문제 해결의 세 가지 키워드는 △산업인력 양성이라는 실업교육의 본질 회복 △기술자와 기능인을 제대로 대우하는 정책 △우수한 기능인력을 숙련된 전문가로 육성하는 정책으로 집약할 수 있다.

기업은 우수 기능인력을 채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들을 숙련된 전문가로 육성하는 계획이 있어야 한다. 이는 국내 기업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는 의미 있는 투자이며 기업의 생존과 직결되는 경쟁력을 키우는 일이다. 세계 일류제품과의 경쟁에서 절대 우위를 가지려면 우수한 기술과 기능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기술과 기능을 경시하는 풍조와 이공계를 기피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기술자와 기능인의 명예와 가치를 존중하는 문화를 정착시키기는 쉽지 않지만 정부가 풀어야 한다. 앞에서 언급한 세 가지 키워드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계하는 정책을 정부가 제시하고 추진해야 한다. ‘기능장려협약’을 계기로 다른 기업이 인재 양성에 적극 참여해 21세기 코리아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하기를 기대한다.

서승직 인하대 교수·국제기능 올림픽 한국기술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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